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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직한 일부일처제’ 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등록 2021-11-25 14:50수정 2021-12-03 02:35

[애니멀피플]
이상고온 해에 이혼율 8배 증가…암컷이 주도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 새의 가장 충직한 일부일처제를 흔든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 새의 가장 충직한 일부일처제를 흔든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새들 가운데 가장 큰 날개로 대양을 활공하며 먹이를 찾는 앨버트로스는 장수하며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 바닷새이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해 먹이 찾기가 힘들어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서 금실이 깨어져 이혼이 급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포르투갈 리스본대 생물학자 등은 25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에 실린 논문에서 남아메리카 포클랜드 제도에서 번식하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1만5500 번식 쌍을 15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평상시 1% 정도이던 이혼율이 해수면 수온이 상승하는 해에는 8%까지 높아진다고 밝혔다.

앨버트로스는 대형 바닷새이지만 사람과 비슷한 생애사를 지닌다. 알에서 깨 10달쯤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 청년이 되면 여러 해에 걸친 먼 사냥 여행에 떠난다. 번식기에 고향에 돌아온 10대 앨버트로스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춤으로 짝을 찾는다. 수명이 50∼60년에 이르며 한 번 만난 짝과 평생 이어지는 관계를 맺는다. 현재 생존하는 최고령 앨버트로스는 70살이다(▶칠순 맞은 ‘세계 최고령 새’ 위즈덤…올해도 엄마 됐다).

앨버트로스는 50∼60살까지 사는 장수 새로 사람과 비슷한 생애사를 지닌다. 픽사베이 제공.
앨버트로스는 50∼60살까지 사는 장수 새로 사람과 비슷한 생애사를 지닌다. 픽사베이 제공.

이번 연구에서 앨버트로스 부부가 사별이 아닌 이유로 갈라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번식 실패로 밝혀졌다. 특히 알을 품는 단계에서의 실패했을 때 이혼율이 새끼를 기르는 단계나 번식에 성공했을 때보다 5배나 높았다.

연구자들은 “이혼한 암컷이 수컷보다 이후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혼은 암컷이 번식 실패를 계기로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전에 성공적으로 번식했던 쌍이라도 환경이 악화하면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환경 이혼 또는 기후 이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기후 이변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해에 평소보다 8배까지 이혼율이 치솟는 현상을 확인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먹이가 부족해져 앨버트로스는 더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포클랜드 제도 번식지의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 번식이 실패하면 암컷은 수컷을 떠난다. 기후변화로 환경이 나빠져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포클랜드 제도 번식지의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 번식이 실패하면 암컷은 수컷을 떠난다. 기후변화로 환경이 나빠져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이유의 하나로 논문은 “환경이 나빠지면 장거리 먹이 사냥 여행에 나섰던 수컷이 번식기 짝짓기 철에 맞춰 둥지에 돌아오지 못하거나 오더라도 몸 상태가 나쁠 수 있다”고 적었다. 수컷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암컷은 다른 수컷과 짝짓기한다.

또 다른 이유로 연구자들은 생리적 스트레스를 들었다. 먹이 자원이 부족한 나쁜 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리는데 암컷은 이를 환경조건의 악화 때문이 아니라 수컷의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 줄 알고 이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앨버트로스는 번식기를 빼고는 바다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활공하며 보낸다. 며칠씩 공중에서 지내기도 하고 바다에 내려앉아 물고기, 오징어 등 먹이를 찾는다. 성체는 1∼2년에 한 번 번식지에 돌아와 짝짓기를 한다. 픽사베이 제공.
앨버트로스는 번식기를 빼고는 바다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활공하며 보낸다. 며칠씩 공중에서 지내기도 하고 바다에 내려앉아 물고기, 오징어 등 먹이를 찾는다. 성체는 1∼2년에 한 번 번식지에 돌아와 짝짓기를 한다. 픽사베이 제공.

앨버트로스는 21종 가운데 19종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특히 대양 표면에 수많은 낚시를 드리우는 연승어업에 의해 해마다 10만 마리가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새를 위협하는 요인은 이 밖에 쥐 등 외래종의 번식지 유입, 플라스틱 쓰레기 등과 함께 기후변화도 추가될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가 일부일처 집단의 번식에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1.211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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