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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뇌내 광합성으로 숨쉴 수 있다?…올챙이 호흡 실험

등록 2021-11-09 15:02수정 2021-11-11 10:23

[애니멀피플]
녹조류 등 광합성 미생물 뇌혈관 주입 뒤 빛 쪼이니
저산소 정지 상태 올챙이 뇌신경 활동재개
단세포 녹조류와 남세균을 주입해 초록으로 물든 올챙이의 머리. 빛을 비추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뇌 활동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잔 오주구르 외 (2021) ‘아이사이언스’ 제공
단세포 녹조류와 남세균을 주입해 초록으로 물든 올챙이의 머리. 빛을 비추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뇌 활동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잔 오주구르 외 (2021) ‘아이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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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올챙이 시절부터 성체까지 아가미, 허파, 피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산소를 호흡한다. 실험실에서지만 올챙이 혈관에 광합성 조류를 주입해 산소를 공급하는 색다른 호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당분을 합성하고 부산물로 산소를 내보낸다. 식물 가운데 가장 양이 많고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는 주인공은 단세포 녹조류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햇빛으로 양분을 생산하는 식물을 먹고 살지만 해면과 산호처럼 조류와 공생하기도 한다. 또 척추동물 가운데는 북미의 점박이도롱뇽이 유일하게 조류와 공생한다.

북미에 서식하는 점박이도롱뇽. 척추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조류와 공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에 서식하는 점박이도롱뇽. 척추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조류와 공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 속에 녹조류가 공생하는 점박이도롱뇽의 알. 로저 행가터 제공.
알 속에 녹조류가 공생하는 점박이도롱뇽의 알. 로저 행가터 제공.

이 도롱뇽은 새끼가 물고기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주로 녹조가 끼어 산소가 부족한 연못에 알을 낳는다. 알 속에 함께 사는 조류가 광합성으로 산소를 보충해 준다. 배아는 조류로부터 산소를 얻는 대신 배설물과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양분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보답한다.

자연계에서 동물이 조류와 공생할 수 있다면 인위적으로 조류를 주입하면 어떨까? 한스 스트라카 교수 등 독일 뮌헨대 생물학자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험에 나섰다.

뒷발에 발톱이 달린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연구자들의 실험에 널리 쓰이는 모델 동물이다. 브라이언 그태트위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뒷발에 발톱이 달린 아프리카발톱개구리. 연구자들의 실험에 널리 쓰이는 모델 동물이다. 브라이언 그태트위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험 대상은 모델 동물로 많이 쓰이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올챙이였다. 연구자들은 이 올챙이의 심장에 지름 0.01㎜인 단세포 녹조류와 남세균을 주입했다.

심장이 뛰면서 혈관을 타고 조류가 뇌에 도달했다. 이때 강한 조명을 비추자 반투명한 올챙이의 피부를 투과해 빛이 조류에 닿았다.

조류가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뿜어낸 산소가 주변 세포로 퍼져 나갔다. 애초 저산소 상태로 유지해 정지했던 올챙이의 뇌 신경이 15∼20분 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스트라카 교수는 “조류가 실제로 신경세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만한 산소를 생산했다”며 “이 실험이 많은 이에게 공상과학 비슷하게 들릴지 몰라도 생물학적 계획과 생물학적 원칙을 제대로 결합했을 뿐”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실험은 산소를 생산하는 광합성 미생물을 이용해 척추동물의 뇌에 직접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올챙이의 혈관을 통해 퍼져 나가는 단세포 녹조(초록색). 수잔 오주구르 외 (2021) ‘아이사이언스’ 제공
올챙이의 혈관을 통해 퍼져 나가는 단세포 녹조(초록색). 수잔 오주구르 외 (2021) ‘아이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 방법이라면 공기 속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것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며 “장차 생체조직의 산소 농도를 일시적이고 국부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예를 들어 “심장마비로 인한 저산소 상태나 산소가 희박한 물속이나 고산 환경에서 혈관에 조류를 주입하고 빛을 쪼이는 것만으로 산소를 보충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물론 여기에는 조류 주입에 따른 거부반응, 조류 증식에 따른 혈관 막힘 등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남아 있다.

스트라카 교수는 “법칙에 따라 실험이 잘 진행됐다고 해서 곧바로 응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후속 연구를 위한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세포나 조직을 배양할 때 조류를 이용해 산소를 공급한다면 생존율을 높이고 나아가 실험동물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iScience, DOI: 10.1016/j.isci.2021.10315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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