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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북한 첫 현지조사, 금개구리 등 고유 양서류 18종 확인

등록 2021-07-29 15:36수정 2021-07-29 16:06

[애니멀피플]
문덕·나선·금야 지역 조사, 문덕서 대규모 수원청개구리 집단 확인
가장 흔한 종은 참개구리, 남한에 없는 작은두꺼비, 백두산 천지엔 북방산개구리
농약 덜 쓰고 기계화 더딘 논이 산악보다 생물종 2배, 훌륭한 대체 서식지 구실
북한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양서류인 참개구리. 남한에서도 아주 흔했지만 농약 남용과 기계화로 보기 힘들어졌다. 아마엘 볼체 제공
북한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양서류인 참개구리. 남한에서도 아주 흔했지만 농약 남용과 기계화로 보기 힘들어졌다. 아마엘 볼체 제공

남한의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등 한반도에 고유한 양서류 18종이 북한에도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농약과 기계화 농법의 세례를 덜 받은 북한의 논에는 산악지대보다 양서류가 곱절이나 풍부해 대체 서식지로서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 임업대학 교수 등 남·북한과 중·러 과학자들은 3차례의 현지조사와 러시아 등에 보관된 표본 조사 등을 통해 북한의 양서류 분포와 보전 실태를 밝혔다.

청천강 하구인 문덕 철새보호구 전경. 대규모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이기도 하다. 아마엘 볼체 제공
청천강 하구인 문덕 철새보호구 전경. 대규모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이기도 하다. 아마엘 볼체 제공

과학저널 ‘동물’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북한에는 한반도 고유 양서류가 18종 서식하며 육상에서 사는 이끼도롱뇽과 2종의 꼬리치레도롱뇽 속도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 워크숍에 참석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양서류로 참개구리를 꼽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밖에 논 등 저지대에는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두꺼비가 산악지역에는 도롱뇽이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맹꽁이와 옴개구리는 흔하지는 않지만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한에는 없는 작은두꺼비는 신의주, 압록강, 칠보산, 평안북도 지역에 고립된 집단이 분포하며 남한의 산지에 사는 북방산개구리는 북한에도 흔하며 백두산 천지에도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두산 천지에도 서식하는 북방산개구리. 우리나라에도 산악지역에 분포한다. 아마엘 볼체 제공
백두산 천지에도 서식하는 북방산개구리. 우리나라에도 산악지역에 분포한다. 아마엘 볼체 제공

남한의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는 경기도 파주까지 서해안을 따라 분포하는데 북한 청천강 하구인 평안남도 문덕에서 대규모 집단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울음소리로 확인한 문덕의 수원청개구리 집단은 비교적 건강했다”며 “집단 규모는 남한 최대 서식지와 맞먹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도 북한의 북쪽 지방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연구자들은 “금개구리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평안북도와 선천에서의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워크숍에서 밝혔다고 논문은 적었다.

이밖에 우리나라 전역에 퍼진 외래종 황소개구리가 북한에서도 사육 농가로부터 탈출해 고립된 몇몇 지역에서 개체수가 많다고 논문은 밝혔다.

북한의 논은 농약을 덜 쓰고 기계화가 덜 이뤄져 양서류의 서식지로서 좋은 여건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엘 볼체 제공
북한의 논은 농약을 덜 쓰고 기계화가 덜 이뤄져 양서류의 서식지로서 좋은 여건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엘 볼체 제공

주 저자인 볼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반도 양서류의 분포를 이해하고 보전노력을 기울이는 데 꼭 필요한 과학지식의 빈틈을 메운다는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논이 저지대 양서류가 살 훌륭한 대체 서식지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논 등 저지대에서 11종의 양서류가 확인됐는데 이는 북부 산악지대에서보다 2배 많은 수치다. 볼체 교수는 “방문한 지역의 논 어디서든 양서류가 살아가기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논 등 농업 습지에 사는 양서류가 당장 위협에 놓이지 않는 이유는 광범한 논 경관이 유지되는 데다 농약과 비료 사용량이 적고 농업기계화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논문에서 분석했다. 실제로 남한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지역적 절종 사태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농약 사용량이 많고 논이 도로·주택·발전소·골프장 건설, 광산 개발 등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큰산개구리. 이번에 북한에서도 분포가 확인됐다. 김현태,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큰산개구리. 이번에 북한에서도 분포가 확인됐다. 김현태,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한편, 이번 연구는 동북아 양서류의 분포와 진화를 연구하는 데 공백이었던 북한의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를 들어 북방산개구리는 러시아를 비롯해 한반도와 대마도에 분포하는데 2014년 마쓰이 마수후미(일본 교토대)가 대마도와 한반도 일부 지역의 북방산개구리는 형태와 유전자 구성이 뚜렷하게 다른 새로운 종인 큰산개구리(Rana uenoi)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에 서식 여부가 알려지지 않아 북방산개구리가 어떻게 큰산개구리로 분화해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양에서 채집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내진 표본을 분석한 결과 큰산개구리임이 밝혀졌다. 수수께끼를 풀 유력한 단서가 확보된 셈이다.

이번 연구는 2015년부터 북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 주도로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2016, 2018, 2019년 등 3차례에 걸쳐 평안남도 문덕, 나선, 함경남도 금야 지역을 현지조사했고 2019년에는 평양에서 국토환경보호성을 비롯한 관계 당국과 전문가 등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국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청천강 트인 갯벌 보니, 옛 새만금 생각났다”).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습지에 관한 국제 워크숍 참가자들. 북한은 람사르 협약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 등에 잇따라 가입하는 등 습지 보전과 이용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엘 볼체 제공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습지에 관한 국제 워크숍 참가자들. 북한은 람사르 협약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 등에 잇따라 가입하는 등 습지 보전과 이용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엘 볼체 제공

조사결과를 토대로 북한은 2018년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데 이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에도 가입했다. 문덕철새보호구와 나선철새보호구는 람사르 습지로, 문덕철새보호구와 금야철새보호구는 EAAFP 대상지로 등록돼 있다.

이번 연구에는 북한 쪽에서 리경심(국토환경보호성), 남두용(국가과학원), 최종식(김일성대) 등이 남한에선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이 참가했다. 볼체 교수는 남·북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서류는 훌륭한 대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Animals, DOI: 10.3390/ani1107205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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