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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100m 빨대를 쓰고 60층을 점프하는 꼴…괴력의 거품벌레

등록 2021-07-19 15:49수정 2021-07-19 18:42

[애니멀피플]
7㎜ 작은 몸이지만 중력 거스르는 탄력…점프 로봇에 응용될까 기대
나뭇잎에 스파이크 자국 남기며 공중제비 점프…거품은 포식자 피하는 집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가라지거품벌레는 농업 해충이지만 생태학적으로 흥미로운 곤충이다. 새로운 개념의 로봇에 쓰일지도 모른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가라지거품벌레는 농업 해충이지만 생태학적으로 흥미로운 곤충이다. 새로운 개념의 로봇에 쓰일지도 모른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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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줄기나 잎에 침을 뱉어놓은 것처럼 거품 집을 만들어 사는 거품벌레는 몸길이 1㎝가 안 되는 매미목 곤충으로 농작물에 해를 끼쳐 눈총을 받지만 생태적으로 놀라운 능력 보유자다. 애벌레가 스스로 만든 거품은 천적과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고 급격한 온도변화를 완화하는 단열재 구실도 한다.

그러나 거품벌레에는 거품 말고도 자랑거리가 많다. 특히 거품벌레의 일종인 가라지거품벌레는 최근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엄청난 힘으로 식물의 수액을 빨아들이고 금속으로 보강한 스파이크 달린 발로 새총으로 쏜 것처럼 뛰어오르는가 하면 거품 속에서 익사하지 않도록 스노클링까지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침을 뱉어놓은 것 같은 가라지거품벌레의 거품 집. 애벌레가 자라는 안전한 공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침을 뱉어놓은 것 같은 가라지거품벌레의 거품 집. 애벌레가 자라는 안전한 공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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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음압’ 이기는 흡입 대가

다른 많은 곤충이 식물의 양분이 흐르는 체관에서 수액을 빨지만 가라지거품벌레는 물관에서 수액을 흡입한다. 곤충에게 체관과 물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줄기 가장자리에 놓인 체관에는 풍부한 영양물질이 들어있는 데다 상처를 내면 수액이 흘러나와 그저 핥아먹으면 된다. 그러나 줄기 안쪽의 물관은 뿌리에서 잎으로 향하는 물길이어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병실처럼 음압이 걸려 있다. 수액이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빨려 들어간다. 따라서 물관의 수액을 먹으려면 강한 흡입력이 필요하다.

가라지거품벌레의 머리. 바늘 같은 침과 강력한 근육이 달려 있다. 필립 매슈 제공
가라지거품벌레의 머리. 바늘 같은 침과 강력한 근육이 달려 있다. 필립 매슈 제공

필립 매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진은 가라지거품벌레가 어떻게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거품벌레 머리의 해부구조를 정밀분석했다.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거품벌레의 머리에 있는 펌프와 이와 연결된 강력한 근육에서 음압을 이기는 힘이 나온다”고 밝혔다.

머리 펌프에는 격막이 있는데 마치 주사기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근육이 격막을 당겨 수액을 빨아들인다. 연구자들이 “펌프의 크기 등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거품벌레가 빨아들이는 힘은 1.3㎫(메가파스칼, 1㎫은 100만㎩)로 관속식물의 줄기에 걸리는 음압인 1㎫을 넘어섰다”며 “이것은 길이가 100m인 빨대로 물을 빨아 먹는 셈”이라고 밝혔다.

곤충치고는 거대한 근육으로 물관의 별 영양가 없는 수액을 다량 섭취하는 거품벌레는 어쩔 수 없이 사람으로 치면 분당 4ℓ에 이르는 막대한 양을 배설한다. 꽁무니의 투석기 같은 구조로 쉬지 않고 소변을 공중으로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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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도금’ 스파이크 달려

거품벌레는 뛰거나 날 수 있지만 위협을 느끼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초속 5m의 빠른 속도로 점프해 자기 키의 100배인 700㎜까지 뛴다. 사람이라면 60층 건물 높이를 뛰는 셈이다.

점프할 때의 가속도는 무려 550g에 이른다. 이런 큰 힘을 내려면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단단히 움켜쥐어야 한다. 그 비밀은 금속으로 강화한 스파이크가 달린 발톱이다.

월터 페더럴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자 등은 2019년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가라지거품벌레의 점프 동작을 고속 비디오 촬영 등으로 조사해 뒷다리의 발톱 부위에 축구화의 스파이크와 같은 아연 강화 스파이크가 달려 있음을 밝혔다.

가라지거품벌에의 뒷다리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검은 부위가 스파이크로 중금속인 아연으로 보강된 구조이다. 한스 하겐 괴츠 제공.
가라지거품벌에의 뒷다리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검은 부위가 스파이크로 중금속인 아연으로 보강된 구조이다. 한스 하겐 괴츠 제공.

거품벌레가 점프한 뒤 스파이크 때문에 매끄러운 아이비 잎사귀 표면에 남은 자국. 케프라 외 (2019)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거품벌레가 점프한 뒤 스파이크 때문에 매끄러운 아이비 잎사귀 표면에 남은 자국. 케프라 외 (2019)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거품벌레가 뛰어오르는 힘은 워낙 강력해 매끄러운 나뭇잎이나 에폭시 수지 위에 스파이크 자국이 났다. 이렇게 강력한 점프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뒷다리와 날개 사이에 활시위처럼 힘을 비축하는 기관이 있어 새총을 쏘듯 한꺼번에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거품벌레의 스파이크 구조를 점프나 벽을 타오르는 로봇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거품 속에 은신한 가라지거품벌레의 애벌레. 거품 윗부분을 걷어낸 모습이다. 케프라 외 (2019)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거품 속에 은신한 가라지거품벌레의 애벌레. 거품 윗부분을 걷어낸 모습이다. 케프라 외 (2019)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가리지거품벌레 애벌레는 성충이 될 때까지 안전한 거품 속에서 산다. 그렇다면 호흡은 어떻게 할까. 매슈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애벌레가 거품 속 산소를 전혀 소비하지 않고 몇 분에 한 번씩 꽁무니를 거품 밖으로 내보내 공기를 호흡하는 스노클링을 한다는 사실을 2019년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애벌레가 마지막 탈피를 하고 성체가 될 때는 거품 속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 이때는 작은 공기 방울을 터뜨려 큰 공기 방울로 만든 뒤 그 속의 산소를 호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필요에 따라 스노클링에서 다이빙으로 바꾸는 셈이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eity B, DOI: 10.1098/rspb.2021.073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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