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땡땡이과의 소형 딱정벌레가 곤충에서 처음으로 물 표면을 물 밑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발견됐다. 사진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땡땡이. 김명철,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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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는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표면을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져 다닌다. 소금쟁이의 모습을 거울에 비춘 듯 물속에서 물 표면을 거꾸로 선 자세로 자유롭게 다니는 딱정벌레가 발견됐다.
존 굴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 박사과정생은 전공인 양서류를 연구하기 위해 웅덩이에서 올챙이를 찾다 작은 딱정벌레를 보았다. 굴드는 “처음엔 물에 떨어져 표면에서 헤엄치는 벌레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곧 딱정벌레가 물표면 밑에서 거꾸로 선 자세인 것을 깨달았다”고 온라인 매체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굴드가 촬영해 과학저널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과 함께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딱정벌레는 마치 물 밖에서 유리판 위를 걸어 다니듯 편안하게 물 표면 위를 돌아다녔다. 중간에 멈춰 서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곤충이 물 표면을 물속에서 이런 자세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다슬기가 비슷한 자세로 물 표면을 자신이 분비한 점액층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모습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물땡땡이과 딱정벌레는 어떻게 이런 독특한 수중 이동을 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배에 달고 다니는 공기 방울이 비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물땡땡이의 배와 다리에는 작은 센털이 나 있어 공기주머니를 붙잡는 구실을 했다. 연구자들은 공기주머니의 부력이 벌레를 물 표면으로 밀어붙인다고 보았다.
물 표면을 미끄러지듯 걷고 뛰어오르는 소금쟁이를 흉내 낸 소형 로봇. 서울대 제공.
또 소금쟁이처럼 물 표면의 표면장력을 깨뜨리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발에 독특한 구조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물땡땡이가 물 표면을 걸을 때 발 주변에 작은 고랑이 형성되는 모습을 관찰했다.
연구자들은 “표면장력이 물 위 표면뿐 아니라 물 밑 표면에서도 동물이 이동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고 논문에 적었다. 물 표면에서 쉬거나 이동하는 것은 연못 바닥에 잠복한 포식자를 피하는 행동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그러나 물땡땡이가 붙잡은 공기주머니를 호흡에도 쓰는지, 물밑과 마찬가지로 물 위 표면으로도 이동하는지, 이동이 가능한 정확한 물리학적 원리가 무언지는 후속 연구과제로 남겼다.
이번 연구는 소금쟁이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용 논문: Ethology, DOI: 10.1111/eth.13203
조홍섭 기자 ecot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