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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기후변화가 잠자리 날개색에 미치는 영향

등록 2021-07-06 13:52수정 2021-07-06 14:40

[애니멀피플]
시민과학자 관찰기록 40만 점 분석 결과
수컷에만 나타나는 자연선택
기후변화땐 암컷이 동족 못 알아볼 수도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흰꼬리잠자리. 날개에 진한 장식 문양이 있다. 브루스 말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흰꼬리잠자리. 날개에 진한 장식 문양이 있다. 브루스 말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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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수컷은 땡볕에 영역을 지키고 암컷을 유인하느라 바쁘다. 날개에 난 짙고 화려한 무늬는 암컷의 눈길을 끌고 경쟁자를 겁주는 데 효과적이지만 자칫 과열로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날개의 무늬가 얼마나 진하냐는 잠자리에게 번성할지 죽을지를 가르는 중요한 선택이다. 실제로 잠자리 날개의 색깔은 진화에 영향을 끼쳐 온도가 높은 곳일수록 색깔이 옅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후변화로 기온이 단기간이 상승하면 수컷은 날개의 색깔을 옅게 해 대응하겠지만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암컷은 같은 종의 수컷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미산 고추잠자리의 일종. 몸에 가까운 날개 부위에 진한 색소가 몰려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산 고추잠자리의 일종. 몸에 가까운 날개 부위에 진한 색소가 몰려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마이클 무어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진화생물학자 등은 6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잠자리 수컷의 날개 장식은 기후조건에 적응해 매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올린 북미에 사는 잠자리 319종에 관한 40만 건 가까운 관찰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짙은 날개 무늬를 지닌 종이 가장 선선한 지역에 살고 더운 곳일수록 옅은 무늬의 잠자리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수컷에서만 확인됐다.

무어 박사는 “잠자리 수컷의 날개 색소는 기후에 따라 워낙 일관된 방식으로 진화해 이제까지 생식 형질에서 이렇게 예측 가능한 진화적 반응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날개 끝의 네모난 연문을 빼고는 별다른 색소가 없는 북미산 잠자리. 마이클 무어 제공.
날개 끝의 네모난 연문을 빼고는 별다른 색소가 없는 북미산 잠자리. 마이클 무어 제공.

연구자들은 같은 종 안에서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10종에 관한 관찰기록 2700여 점의 무늬 색소를 측정한 결과 10종 가운데 7종에서 수컷의 날개 색소가 더운 곳일수록 더 옅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잠자리 수컷은 햇볕에 고스란히 드러난 자기 영역을 순찰하면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암컷을 유인하는 습성이 있다. 날개의 짙은 무늬는 수컷의 체온을 2도까지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늬가 더 짙어지면 과열을 일으켜 날개 근육의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암컷은 대조적으로 주로 그늘에서 지내며 사냥과 짝짓기 기회를 노린다.

날개 색깔이 삶이냐 죽음이냐를 결정하는 셈이다. 2005∼2019년 사이 관찰기록을 보면 같은 종 안에서도 기온이 높았던 해에는 선선한 해보다 날개 색깔이 옅은 수컷이 더 많이 목격됐다. 짙은 날개를 지닌 수컷이 주로 도태된 결과였다.

무어 박사는 “암컷은 수컷과 달리 기후에 따른 날개 색깔의 변화가 잘 눈에 띄지 않는데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세계를 방랑하는 종인 된장잠자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계를 방랑하는 종인 된장잠자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수컷은 급변하는 기후에 따라 날개의 색깔을 변화시키는데 암컷은 무언가 다른 요인에 따라 변화한다면 암컷이 더는 같은 종의 수컷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2070년까지 기온이 4.5도 상승할 수 있는데 잠자리가 이제까지는 수천 년에 걸쳐 이룬 환경적응을 이제는 100세대 안에 이뤄야 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무어 박사는 “생식 관련 형질이 급격히 변하면서 한 종이 올바른 짝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날개 색깔이 달라지겠지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01458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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