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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한약국 강아지 ‘모서리의 베티’를 아시나요?

등록 2019-02-22 17:59수정 2019-02-27 18:04

[애니멀피플] 망원동 ‘약초원’ 강아지 유튜버 되다
‘약초원’ 김나현 한약사와 베티. 낯선 인간들이 어려운 탓에 간신히 찍은 한 컷.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약초원’ 김나현 한약사와 베티. 낯선 인간들이 어려운 탓에 간신히 찍은 한 컷.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인간들 어렵습니다. 못 본 척해주십시오. 보호소에서 태어났구 세 살이라네. 믹스견이라 더 귀엽다네.”

모서리에서 얼굴을 반만 빼꼼 내밀고 인간들을 관찰하는 ‘베티’는 한약국 강아지다. 수줍음이 많은 베티는 낯선 사람이 오면 구석에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모서리의 베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긴장하면 쩝쩝대는 습관 때문에 복슬복슬한 흰 털이 입 주변만 ‘짜장’을 묻힌 듯 탈색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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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매력 베티 “댕청미에 반했죠”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약국 겸 약국 겸 찻집 겸 동물약국인 ‘약초원’ 마스코트 베티가 최근 유튜버에 도전했다. 지난 21일 오후 애피가 인간은 어렵지만 호기심은 왕성한 베티와 반려인 김나현 한약사를 만나봤다. 만났다고 하기엔 베티와는 털끝도 못 스쳤지만, 약초원 터줏대감답게 ‘왈왈’ 짖었으니 인사 정도는 나눴다고 할 수 있을까.

베티가 사람을 어려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도 포천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에서 태어나 6개월 동안은 주로 개들하고만 지낸 베티는 개들과의 사회화는 잘 되어 있었지만, 사람은 낯설어했다. 입양을 와서도 처음 1~2달간은 혼자 구석에 있곤 했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약초원’ 강아지 베티는 수줍음이 많아 낯선 사람이 오면 구석에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모서리 베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 트위터 ‘모서리의 베티’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약초원’ 강아지 베티는 수줍음이 많아 낯선 사람이 오면 구석에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모서리 베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 트위터 ‘모서리의 베티’
김 한약사는 베티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당시 입양을 결정하고 여러 강아지를 보았지만, 베티를 본 순간부터는 다른 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베티만의 매력이요? ‘댕청미’(멍청하지만 귀여운)라고 할까? 해맑은 백치미가 지친 마음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베티와 친했던 건 아니었다. 가족이 다 함께 살 때는 모든 것을 ‘오냐오냐’하는 어머니와 달리 김 한약사가 ‘군기 반장’인 탓에 베티에겐 무서운 존재였을 거라고. 그러던 것이 2년 전 집에서 독립하면서부터는 지하철로 출퇴근도 같이 하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베티는 실외 배변견이에요. 같이 있지 않으면 배변을 참아요. 잠깐 쉴 때 산책하며 배변 시켜줄 수 있고, 바로 바로 컨디션을 확인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베티가 좋은 게, 제가 좋은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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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개도 행복한 약 이야기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캐릭터의 베티와 김 한약사는 어딘가 닮아 보였다. 과거 일반 약국에서 5년간 일하면서 “편의점에 있는 기분”이었다는 김 한약사는 사람들에게 ‘문턱이 낮은’ 약국이 있었으면 했다.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없고, 제한적인 복약지도에서 멈추는 게 안타까웠어요.” ‘약초원’을 꾸린 이유다. 환자와 상담을 한 시간 넘게 하기도 한다는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중인 김나현 한약사.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중인 김나현 한약사.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약초원’은 사람과 동물의 약을 함께 다루고 있다.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약초원’은 사람과 동물의 약을 함께 다루고 있다.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유튜브 채널 ‘이개머약’도 지난해 10월 같은 동기로 시작됐다. 현재 개설된 채널들의 경우 ‘병증’에 관한 설명은 많은데, 일반 상식을 다룬 것들은 없어서 아쉬웠다고. “술 마신 뒤 숙취라든가, 생리통같이 아주 일반적인 것들에 대한 것은 찾을 수가 없어요. 비타민 영양소에 관한 지식이나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개나 고양이도 마찬가지란다. 약초원에는 사람의 약뿐 아니라 동물의약품도 같이 취급하고 있다. 수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상처 치료제, 소화제, 구충제, 항생제 등을 구비하고 있다. “동물약으로 나온 것 중에는 아직 첨가물이 많이 든 것들이 많아요. 사람 약으로 치면 옛날에 없어졌을 만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들. 어떤 증상들은 차라리 사람 약을 쓰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있어요. 수술하고 나서는 십전대보탕을 먹이면 좋아요. 곰팡이성 피부질환이나, 심한 설사 같은 경우도 사람 약을 쓰는 게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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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종이냐고 그만 물어보세요

유튜버 베티 덕분에 여러 ‘채널’(통로)이 생기기도 했다. 베티를 보고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을 통해 보호소 시절 헤어진 형제를 만난 것. “다른 강아지와 닮았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정보를 맞춰보니 한 어미한테 태어난 개였어요.” 베티는 형제인 ‘알프’를 만나고, 반려동물 스타트업 ‘오라컴퍼니’에서 믹스견·믹스묘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주최한 ‘2018년 믹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알프는 이 대회 2회 우승견이었다.

베티는 긴장하면 쩝쩝대는 습관 때문에 복슬복슬한 흰 털이 입 주변만 ‘짜장’을 묻힌 듯 탈색되었다. 사진 트위터 ‘모서리의 베티’
베티는 긴장하면 쩝쩝대는 습관 때문에 복슬복슬한 흰 털이 입 주변만 ‘짜장’을 묻힌 듯 탈색되었다. 사진 트위터 ‘모서리의 베티’
김 한약사는 약 이야기만 하면 아무도 안 볼 것 같아 베티를 유튜버로 내세웠다지만, 최근에는 ‘베티 굿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던 김 한약사가 처음으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무슨 종이냐고 그만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베티가 귀여우니까 믹스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종이란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종개념 자체가 없으면 번식장, 브리더가 있을 이유가 없죠. 사실 믹스야 말로 유일무이한 종 아닌가요.”

글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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