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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만져달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등록 2018-10-12 19:43수정 2018-10-13 10:25

[토요판] 박현철의 아직 안 키우냥
26. 보들이는 왜?
새 집사와 보들이의 캠핑용 의자 쟁탈전. 새 집사가 화장실 간 틈을 타 의자를 차지했으나 이내 돌아온 새 집사와 접전중이다.
새 집사와 보들이의 캠핑용 의자 쟁탈전. 새 집사가 화장실 간 틈을 타 의자를 차지했으나 이내 돌아온 새 집사와 접전중이다.

고양이 이름: (박)보들. 브리티시 숏헤어. 2016년 9월17일생. 암컷. 조용하고 겁이 많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싫어함.

2년 넘게 함께 살았지만 보들이에 대해 아는 내용은 사실상 이게 전부다. 호기심과 식욕으로 대부분의 행동이 설명가능한 라미와 달리, 보들이의 일거수일투족은 예측 불가, 해석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최근 새 집사가 온 뒤로 더욱 심해졌다.

① 보들이는 왜 아침마다 찡찡댈까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 집사가 일어날 즈음이면 거실의 보들이는 “이이잉~”하는 소리를 내면서 안방문을 긁기 시작한다. 그 소리와 진동이 너무 커서 아래층까지 들리진 않을까 걱정이 돼 눈이 번쩍 떠질 정도다. 예전 생후 5개월 때, 집사와 각방 생활을 시작할 때도 이런 행동을 보였었는데, 일주일쯤 굳게 맘 먹고 내버려뒀더니 잦아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새 집사가 온 뒤로 다시 시작됐다.

배가 고파서?, 놀아달라고? 아침 6시면 자동급식기가 열리고, 딱히 보들이는 ‘개냥이’ 스타일도 아닌데…. 새 집사를 질투해서일까? 알 수 없다.

② 보들이는 왜 몸을 뒤집을까

배는 고양이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몸을 뒤집어 이런 배를 보여준다는 건 ‘난 네가 좋다’ ‘난 널 믿어’라는 의미라고. 보들이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뒤집는다. 헌 집사를 봐도 뒤집고 새 집사를 봐도 뒤집는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고양이가 뒤집으면 배를 만져주는데, 보기와 달리 배를 만져주는 걸 또 고양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들이가 몸을 뒤집어도 배를 만져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와 화장실 바닥에 누워 배를 뒤집거나 앞발을 들어 팔을 잡아 끌기도 한다.

새집사의 손길을 느끼는 중인 보들이.
새집사의 손길을 느끼는 중인 보들이.
보들이의 반응도 그때그때 다르다. 배를 만져주면 좋아서 ‘골골송’을 부를 때가 있는 반면 ‘언제 내가 만져달라고 했냐’는 표정으로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때도 있다. 실컷 만져줬더니 집사 손길 닿은 곳 구석구석에 자기 침을 발라 씻기도 한다.

③ 보들이는 왜 양보하는 척하다 더 많이 먹을까

밥을 주면 잽싸게 달려와 주둥이를 들이미는 건 무조건 라미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런데 보들이의 ‘패턴’은 일정하지 않다. 라미가 먼저 먹는 걸 지켜볼 때도 있고, 지켜보면서 라미의 엉덩이 냄새를 맡을 때도 있고, 라미가 한바탕 먹고 빠질 때까지 기다릴 때도 있다. 그릇 두개에 나눠주는데도 기다렸다 먹는 걸 보면 둘 사이에 서열이 있나 싶다가도 함께 달려들어 먹을 때도 있으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사료를 ‘먹는’ 라미와 달리 보들이는 사료를 흡입하는 수준이다. 라미가 배불리 먹을 틈을 주지 않는 걸 보면 서열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④ 보들이는 왜 새 집사와 ‘밀당’을 할까

찬바닥을 싫어하는 새 집사와 보들이는 최근 캠핑용 의자 한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새 집사가 잠깐 화장실에 들어갔다오면 어느새 의자는 보들이 차지다. 새 집사가 엉덩이를 들이밀어도 비켜주지 않는다. 라미처럼 새 집사의 무릎 위에 드러눕는 게 훨씬 따뜻하고 평화로울 텐데.

새 집사를 대하는 아침과 저녁의 전혀 다른 태도도 미스터리다. 아침엔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 꼬리를 세우고 몸을 비비며 친한 척을 한다. 그랬는데, 저녁에 퇴근해 돌아온 새 집사를 만나면 본체만체한다.

사람이라면 마주 앉아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그 속사정을 들어볼 텐데. 이번 생에선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박현철 서대문 박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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