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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개 전기도살 무죄, 다시 재판하라” 파기 환송

등록 2018-09-14 10:39수정 2018-09-14 17:38

[애니멀피플]
묶어놓고 쇠꼬챙이로 감전시킨 도축업자 1·2심선 무죄
“동물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영향” 유죄 취지 원심 파기
동물보호단체, “법리에도 부합·상식 있으면 납득” 환영
지난해 9월27일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지난해 9월27일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2심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던 ‘개 전기도살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이 무죄로 판단했던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건은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는데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1심은 전기도살이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인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항소심에서는 전기도살이 동물의 고통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판단 이유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유로 개 도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 요구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난 체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 그 심리결과와 이 사건 도살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 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중략)이 사건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다. (중략)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 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판결문은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사회의 평균인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 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개를 식용으로 먹기 위해 전기도살을 하는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인지를 따지는 기준이 되는 재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60대인 이아무개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연간 개 30여 마리를 전기도살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는 항소했지만 2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판결은 개 도살 행위를 넘어 개 식용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다수의 도축업자가 전기가 통하는 봉으로 개를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물에 삶는 방식으로 도살하고 있었지만,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으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개식용 산업의 한 단계가 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해 8월 경기도 부천시 한 농장에서 전기도살로 개 1마리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죄를 물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이 동물보호법의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협의회는 13일 밤 보도자료를 내 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이들은 “대법원의 판결은 법리에도 정확히 부합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정의를 외면했던 하급법원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기도 하다. (중략) 사회에서 ‘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며, 법 해석에 있어 이 부분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재판 과정에 참여해 온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은 14일 “개별 동물의 특성과 도살 과정에서 그 동물이 겪는 고통의 정도를 고려 기준으로 (판단 근거를) 삼았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상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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