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하림펫푸드 공장인 HDS(해피댄스스튜디오)에서 한 직원이 성형기를 통과한 사료 알갱이를 만지며 이상이 없는지 검사하고 있다. 고급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으로 만드는 사료까지 출시되고 있다.
검사를 마친 사료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다음 공정으로 향한다.
지난 5일 서울에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하림펫푸드 생산공장(HDS·Happy Dance Studio), 건물 위로 커다란 개와 고양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앞발을 들고 중앙 기둥에 기댄 모습이 보호자를 반기는 반려견, 반려묘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지난해 6월부터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의 고급화를 이끄는 곳 중 하나이다. 400억을 들여 마련한 8650여평의 대지(건물 4800여평) 위에서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는 원료를 사용한 사료)를 만든다. 생고기를 분쇄할 수 있는 기계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호성을 맞추기 까다로운 고양이 사료 라인은 아직 준비 중이라 개 사료만 생산하고 있다.
전신 소독을 하고 들어간 공장 안은 썰렁했다. 생산팀 직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넓은 공장에 생산팀 10여명, 물류팀과 연구팀 포함해 공장에서 일하는 전체 직원은 20여명뿐이었다. 원료를 저장고에 담는 일, 사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상이 없는지 검사하는 일, 소포장 된 사료를 박스에 옮겨 담는 일, 박스에 라벨 붙이는 일 등만 사람의 몫이었다. 회사 쪽은 이렇게 청결하게 관리하고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사료 공장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를 위한 공장 투어를 열 만큼 시설과 위생에 자신감이 있어 기자의 동행이 가능했다.
각 원료를 저장고에 담아 보관한다. 저장고에 담긴 원료는 천정에 설치된 은색 기둥을 타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여러 재료를 섞은 뒤 고온에서 쪄낸 사료 반죽이 뽑혀 나오는 모습. 마치 방앗간에서 가래떡 뽑는 것 같다.
건조, 냉각시키지 않은 사료는 촉촉함이 있어 개들이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이후 고기 내장 기름 같은 향미제를 입혀 기호성을 높인다.
이날 공장에서 만들고 있던 제품의 주원료는 수입산 연어였다. 연어분(가루), 병아리콩, 완두콩 단백질, 완두 전분, 타피오카 전분 등도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였다. 연어 말고도 국내산 닭고기와 수입산 소고기가 주원료인 제품도 있다. 동행한 김은경 하림펫푸드 마케팅팀장은 “국내 사료 중 유일하게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식품 재료로만 만들었다. 분말 대신 생고기를 쓰고, 대두나 옥수수 같은 유전자변형작물(GMO)일 가능성이 높은 원료 대신 완두콩을 쓴다. 방부제도 넣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잘 쪄낸 사료가 가래떡처럼 뽑혀 나왔다
‘휴먼그레이드 사료’란 무엇일까. 법적 용어는 아니고 광고 문구이다. 미국사료협회(AAFCO) 홈페이지에는 사람이 먹지 않는 원료 하나라도 들어가면 이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소개되어 있다. 한국펫사료협회 관계자는 “뼈와 뼈에 붙은 고기를 갈아 만든 ‘육골분’, 고기 부산물 가루인 ‘육분’, 인공합성제 등 식품에 들어가지 않는 재료, 사람이 먹지 않는 재료가 첨가되면 그렇게 광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식품을 만드는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 회사가 다른 회사 사료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쓴다’고 광고한다는 의미는, 시중 사료의 대부분이 원료로 사람이 안 먹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고 시설은 식품 제조 수준에 미달한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물론 사람이 먹지 않는 재료를 쓴다는 것만으로 비위생적이거나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사료에는 40~60개 원료가 들어간다고 한다.
기계음을 내며 컨베이어 벨트가 돌기 시작하자, 여러 사료 원료가 천정을 타고 도는 불투명한 은색 기둥을 따라 퉁퉁거리며 이동했다. 은색 기둥 안에 남은 원료를 완전히 밀어내기 위해 ’쉬익 쿵’하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가 금세 사라졌다. 고온에서 찌고 압축한 반죽이 방앗간에서 가래떡 뽑히듯 바구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성형기를 통과하자 따뜻하고 물컹한 사료 알알이 후두두 쏟아졌다.
방금 쪄낸 사료는 먹어보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질게 반죽된 밀가루를 씹는 기분이었다. 검사를 통과한 사료가 다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수분을 날리고 온도를 낮춘 뒤 고기 내장 기름 같은 향미제 옷을 입고 (개에게) 매혹적인 향을 품으면 완성이다. 냄새로 사료를 살피는 개에게는 맛보다 향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한 팔 로봇이 열심히 상자를 날랐다. 박한기 하림펫푸드 생산팀장은 “하루에 많은 양을 작업하면 생산 효율은 높겠지만 신선한 사료를 출고하기 위해 물량을 조절한다”라고 말했다.
공장 안에는 사람이 적었는데, 라벨을 붙이는 일은 로봇이 할 수 없어 사람의 몫으로 남았다.
소포장 된 제품을 큰 박스에 담는 것도 사람이 했다.
공장식 축산 원료, 간과하기 쉬운 ‘불편한 진실’
품질이 업계 최상인 만큼 제품 가격도 거의 배로 비쌌다. 이 회사는 지난해 56억원의 순손실을 보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닭고기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전국 유통망을 갖춘 홈쇼핑 계열사가 있는 대기업이기에 가능했다. CJ제일제당, 사조, 풀무원, KGC인삼공사, 동원 F&B 등 국내 식품기업이 반려동물 고급 사료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원료 조달에 용이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고급 사료의 원료가 공장식 축산과 원양 산업의 결과라는 사실은 반려인들이 잊어버리기 쉬운 ‘불편한 진실’이다.
한국펫사료협회가 지난해 8월, 반려동물을 기르는 전국 성인 남녀 (개 838명, 고양이 3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관련 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연평균 개·고양이 사료 구입 횟수는 약 7회, 22~23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왔다. 국산 사료를 먹인다는 응답은 개 46.8%, 고양이 39.6%이었다. 수입 사료를 먹인다는 응답은 개 42%, 고양이 47.5%로 고양이의 경우 수입 사료를 많이 먹였다. (개 11.2%, 고양이 12.9%가 원산지 모른다고 답함) 수입 사료를 먹이는 이유는 품질이 좋다는 응답이 첫 번째였다.
*다음 주에는 반려동물 사료 (하)편이 이어집니다. 사료 포장지에 쓰인 원료, 성분표 제대로 보는 법에 대해 다룹니다.
글·사진 공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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