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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시원하개’ 빨래방 가듯 개 목욕방에 간다

등록 2018-08-12 10:59수정 2018-08-12 12:10

[애니멀피플]
위탁 목욕·24시간 셀프 목욕방 등
산업은 느는데, 동물보호법 적용 못 해
개 목욕방 사업을 하는 마이리틀프렌드 대표의 반려견 ‘마리’가 목욕을 하고 있다.
개 목욕방 사업을 하는 마이리틀프렌드 대표의 반려견 ‘마리’가 목욕을 하고 있다.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가게, 2살을 넘긴 ‘마리’가 폴짝 뛰어 반짝이는 은색 욕조에 올라섰다. 마리는 두 발로 서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수컷 골든리트리버다. 이날은 마리가 목욕하는 날이었다.

마리의 보호자인 김현중 ‘마이리틀프렌드’ 대표가 기계에 5천원을 넣자 1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딱 적당한 온도(32~36도)의 물이 샤워기에서 나오고 마리의 몸이 젖었다. 물에 섞인 저자극 샴푸 때문에 마리 털에서 거품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물에는 야생진드기가 붙지 않도록 털을 코팅하는 해충퇴치액도 들어있다고 한다. 다른 개가 사용한 욕조이니 소독도 할 수 있다.

김 씨는 마리의 몸을 구석구석 씻긴 후 드라이어기로 털을 말려 주었다. 이것만으로 부족해 털을 말릴 수 있는 드라이룸을 1000원 주고 이용했다. 마리가 몸을 씻은 기계는 한 대에 1500만원으로 김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셀프 세차장? 코인 빨래방? 그런 곳들과 비슷하다고 보셔도 괜찮습니다.”

김 대표는 24시간 무인 개 목욕방을 운영한다. 욕조가 달린 기계에 돈을 넣으면 샴푸가 섞인 물이 나오고 고가의 드라이룸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주말 오후면 목욕탕에서 동네 사람들을 다 만나는 것처럼, 퇴근한 보호자와 산책에 나선 평일 밤이나 한가한 주말 오후 동네 개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목욕방은 호주에서 살면서 개 목욕방을 보고 온 김 대표가 2년 전 창업했다. 현재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광주, 울산 등 지역까지 15개의 대리점이 영업 중이다. “요즘은 욕조가 없는 오피스텔에서도 개를 많이 키운다. 강아지 목욕시키다가 사람도 같이 목욕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김 대표가 말했다.

보호자가 목욕시키지 않고 직원이 대신 목욕시켜주는 위탁 목욕을 병행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버블독’의 전영수 대표는 “개를 오래 키웠는데 목욕시키기 힘들어 목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3년 전 내가 처음 ‘개 목욕방’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개 목욕만 시킬 수 있는 개 목욕방도 반려동물 신산업 중에 하나이다.
개 목욕만 시킬 수 있는 개 목욕방도 반려동물 신산업 중에 하나이다.

고가의 드라이 룸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목욕방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업주들은 말했다. 하지만 마리는 드라이룸에 있기를 싫어해 자연건조 방법을 선택했다.
고가의 드라이 룸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목욕방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업주들은 말했다. 하지만 마리는 드라이룸에 있기를 싫어해 자연건조 방법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개 목욕방이 반려동물 산업 중에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행동교정, 미용, 장례, 호텔 등 기존의 동물병원이나 용품판매점에서 뭉뚱그려 하던 업무가 점차 분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려문화가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외국처럼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지난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를 지난해 2조3322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 빠르게 분화하고 있는데 제도가 부실하다. 개 목욕방은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판매업, 동물생산업 등 반려동물 관련 8개 영업행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관리받도록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 목욕방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자등록증에 ‘도·소매’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만약 개목욕방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 지금으로써는 이런 산업을 제도권 안에 둘 것인지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복지정책팀 관계자는 10일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미용업, 전시업 등 일부 산업은 관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산업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이름을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수가 많은데 이를 다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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