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서울 강서구 개화동 주유소에서 동물구조관리협회 한정민 씨가 초코를 발견했을 때 모습이다. 왼쪽 눈을 다쳤다. 한정민씨 제공
유기되어 교통사고를 당한 강아지가 전 보호자가 등록해 둔 내장 마이크로칩 덕분에 다시 보호자를 만났다.
지난 1일 오후 1시 20분 5살 난 시추 ‘초코’는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날 초코를 구조한 동물구조관리협회 한정민(37)씨는 주유소 직원으로부터 ‘개가 차에 부딪혀 깨갱 하고 날아가서 얼른 데려왔는데 눈에서 피가 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유소 사무실에 도착하니 시츄 한 마리가 납작 엎드린 채 고개를 들고 한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츄 앞에는 주유소 직원들이 떠다 준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구조 활동을 10개월째 하는 한 씨가 그 날을 돌아봤다.
“사고가 자주 나서 그렇지 교통사고로 죽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다. 바로 구조하면 살 수도 있다. (초코도) 날아갔으니 데굴데굴 굴렀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고도 사람이 좋다고 나를 보고 반가워하더라.”
한 씨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바로 초코를 보냈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센터는 서울의 20개 자치구(용산, 마포, 양천, 동작, 관악 제외)에서 발견되는 유기동물의 응급 치료를 하고 입양할 보호자를 찾는 일을 한다. 만약 다치지 않은 유기동물은 동물구조관리협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양주나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보호소로 바로 간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치료 중일 때 초코. 서울시 제공
센터에서는 초코를 치료한 뒤 가장 먼저 동물등록이 돼 있는지를 확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초코의 몸에는 내장 마이크로칩이 삽입돼있었다. 초코의 정보가 등록된 곳은 광명시청이었다. 광명시청을 통해 알아보니, 3~4년 전에 초코를 키웠던 전전 보호자의 연락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어물어 전 보호자인 가수 이란이 씨와 현 보호자인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의 홍아무개(62)씨 부부에게 연락이 닿았다.
사건은 이랬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집 앞으로 초코와 산책하러 나간 홍 씨 부인이 초코를 잃어버렸다. 홍 씨 부인은 9일 “목줄이 풀어졌는데, 내가 허리가 아파서 잡지를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홍 씨 집에서 초코가 발견된 곳까지의 거리는 버스 정거장으로 5~6정거장 거리이다. 하루 반나절 동안 개가 이동할 수도 있고 이동 안 할 수도 있는 거리였다.
“10마리 중에 1~2마리는 이렇게 동물등록이 돼 있다. 등록된 개들은 응급 치료가 끝나면 보호자에게 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유기된 건지 유실된 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초코가 다시 집을 찾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노창식 동물복지시설관리팀장은 동물등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등록이 된 개는 117만6천마리로 전체 추정치 662만 마리의 20%가 되지 않는다. 지난 한 해 유기동물은 10만2593마리였다.
초코는 다시 이씨가 키우기로 했다. 이 씨는 “홍 씨 부부가 개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홍 씨 부부가 건강 때문에 못 키우겠다고 다시 데려가라고 한 말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홍 씨 부부는 “개를 놓쳤을 뿐 애지중지 키웠다. 버리려고 한 적 없다”라고 답했다. 초코는 계속 치료 중이다. 몸에 멍이 많이 들었고,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초코의 왼쪽 눈에서는 피가 났다. 서울시 제공
이란이씨는 8년차 트로트 가수다. 지난 3월 신곡 ‘블루 칼라 구두를 신고’를 발표했다. 이씨는 동료 가수 50여명과 함께 가사애사모(가사사랑애견사랑모임)의 회원이다. 홍씨는 가사애사모 회장인 가수 송란 씨가 소개해준 송씨의 팬이다. 가사애사모는 매월 10만원씩 모아 파주의 한 보호소를 후원하고 있다. 이란이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