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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의 법적 지위,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등록 2018-07-11 15:53수정 2018-07-11 17:13

[애니멀피플]
동물권행동 카라·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피앤알
‘개식용 종식 입법 국회 토론회’…축산법 개정 국민청원 20만명 넘어
개농장에서 도사견이 뜬장에 갇혀 있다. 최우리 기자
개농장에서 도사견이 뜬장에 갇혀 있다. 최우리 기자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걸까?

개식용 논쟁에서 이 질문은 중요 쟁점이다. 하늘 아래 같은 동물 사이에 높고 낮은 지위가 어디 있냐고 묻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동물보호단체는 개의 법적 지위를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확실히 정하자고 제안했다. 개가 가축이 아니라면, 개도 일반 반려동물처럼 동물보호법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1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이 개식용을 금지하기 위해 어떤 법이 필요한지를 따져보는 토론회 ‘이제는 개식용 종식으로’를 열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현재 개, 개고기와 관련한 법부터 알아야 한다. 축산법에 따라 개는 가축이다. 하지만 가축인 개를 고기(축산물)로 이용할 경우에는 법이 없다. 축산물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의한 가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농가에서 개를 키울 수는 있지만, 고기로 먹는다면 그때부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를 이용해 개 도살, 식품으로서의 개고기의 안전성 문제, 유통 등은 무법지대에 놓여있다.

동물보호단체와 변호사들은 축산법에서 정의한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축산법이 개정되면 결론적으로 반려동물로서의 개의 지위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서국화 피앤알 공동대표는 “개농장주들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으로 인정돼 동물등록 의무를 면제받아왔다. 법이 개정되면 동물등록을 해야 하므로 공장식, 산업화된 개농장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와 같이 개고기를 먹는 중국에서 공장식 개농장이 없는 이유는 개를 다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뜬장은 오물이 빠질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개농장 개들은 평생 뜬장에 갇혀 지낸다. 김성광 기자
뜬장은 오물이 빠질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개농장 개들은 평생 뜬장에 갇혀 지낸다. 김성광 기자
그런데도 개를 도살한다면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모호하게 해석되고 있는 동물 학대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나 4호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이 삭제 대상이다. 이 조항은 전기가 흐르는 봉으로 개를 도살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 도살 행위를 법원이 무죄라고 판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박주연 피앤알 공동대표는 “8조 1항 2~4호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지 말라고 열거하고 있는데, (이보다) ‘동물 학대’와 같이 구체화가 필요한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식용 종식 입법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연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이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1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식용 종식 입법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연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이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동시에 동물 학대 관련 조항인 8조 1항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하고 동물을 죽여야만 하는 예외 조항을 두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동물을 죽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된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 예방 등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직접적인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에만, 수의학적 처치로서 불가피한 경우 등의 상황에서만 동물을 죽일 수 있게 된다.

개정법안은 이미 발의돼있다. 이상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축산법이 정의하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한다는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을 죽이면 안 되도록 원칙을 세우고 동물을 죽일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도록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0일 발의했다. 두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1일 기준 각각 20만명과 13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24일과 17일 만이다.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이 청원하면 정부는 이에 답을 해야 한다.

이날 토론자로는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팀장, 한준욱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이혜원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원장,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 박운선 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가 나왔다. 좌장은 임순례 카라 대표가 맡았다. 최우리 기자
이날 토론자로는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팀장, 한준욱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이혜원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원장,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 박운선 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가 나왔다. 좌장은 임순례 카라 대표가 맡았다. 최우리 기자
전진경 카라 이사는 “개 식용은 사회적으로 동물복지, 환경, 반려동물 문화 영역에서의 대가를 요구한다. 애매한 법률 탓만 하지 말고 정부가 해결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 한준욱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개고기의 안전성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오지 않았다. 식약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정한 가축에 개가 들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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