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폐쇄 위기’ 대구 한나네보호소
열악한 사설 보호소 개들은 늘어났고
구청은 분뇨 문제로 사용중지 명령
22만명이 국민청원 “폐쇄 안 된다”
“누가 또 개를 버리고 갈까 겁나요”
소장은 벌레를 잡아 뭉개며 말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걸까
열악한 사설 보호소 개들은 늘어났고
구청은 분뇨 문제로 사용중지 명령
22만명이 국민청원 “폐쇄 안 된다”
“누가 또 개를 버리고 갈까 겁나요”
소장은 벌레를 잡아 뭉개며 말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걸까
지난 8일 대구 동구 팔공산에 있는 한나네보호소에서 신상희 소장이 청소를 하고 있다.
당장 강제철거?…잘못 알려졌다 기자가 ‘위험’ 표지판이 붙은 문 앞으로 다가가자 바닥에 배를 붙이고 있던 개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개들이 움직일 때마다 흙먼지가 일었다. 입구부터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까지 수백 마리 개가 가득 차있었다. 수북한 털로 눈을 덮은 털이 긴 개들은 마치 회색 혼령처럼 보였다. 한쪽 눈이 충혈되다 못해 검은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아이, 끝없이 구덩이를 파는 아이… 악취가 코를 찔렀고, 잿빛이 된 담요와 방석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쓰레기통엔 똥이 가득했다. 여기가 개지옥일까. 하지만 그 와중에 같이 뛰어노는 아이들, 사람을 보고 경계 없이 배를 보이며 꼬리를 치는 아이, 어미 품을 파고드는 강아지들이 있었다. 율무야, 깜식아, 춘향아 이름을 부르면 제 이름을 알아듣고 꼬리 치며 달려왔다. 집을 잃고 이름을 잃었던 아이들이 한순간이라도 눈 마주치며 이름이 불릴 때 행복감을 느꼈다면 이곳을 마냥 지옥 같다고 부를 수는 없어진다.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대구 동구청에게 사용중지 명령을 받은 대구 도학동 한나네보호소 전경. 알려진 바와 달리 구청은 강제철거를 하지 못한다.
가축분뇨법, 불법건축물, 주민들의 성화… “기소유예가 됐어예. 그나마 다행이지요. 구청에서는 여기 규모를 18평 정도로 줄이라고 하는데, 그기 쉽나. 다 믹스견이고, 나이 많은 애들도 있고 입양이 잘 안되는데. 차라리 외국으로 보내면 모를까. 외국 사람들은 믹스견 그런 거 안 따지더라고요.” 신상희 한나네보호소장(53)이 보호소 곳곳에 놓인 물그릇을 씻고, 바닥에 떨어진 개똥을 빗자루로 쓸어담으며 말했다. 구부렸던 허리를 펴고 돌아서면 다시 허리를 숙여야 했다. 일이 끝이 없었다. 물그릇 씻고 250마리 마실 물을 채워 넣는 데만 해도 한참이 걸렸다. 보호소는 신상희 소장의 말대로 구청으로부터 가축분뇨법에 따른 가축 사육 제한 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동물을 키우는 이유로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무허가축사 해결을 골자로 한다. 이에 법의 범주에 들지 못한 농가는 가축분뇨법상 배출시설 허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이행계획서 제출해야 하는데 한나네보호소처럼 많은 개체 수의 동물이 밀집한 동물보호소도 이에 해당한다. 가축분뇨법에 따르면 개도 젖소, 오리, 양, 사슴, 메추리와 함께 가축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청 환경창조과 관계자는 14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현재 고발 내용이 기소유예된 상태지만, 미신고 가축 분뇨 배출 시설 건으로 고발 및 행정처분이 동시에 나갔고, 행정처분 내용이 사용중지였다. 18일까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용중지 불이행에 따른 2차 고발을 당할 수 있다. 주변 농가에서도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축 사육 제한 구역에서 개를 사육할 수 있는 범위는 60㎡ 이내다. 그런데 현재 한나네보호소는 약 1500㎡의 땅을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모를 줄일지에 대한 방안을 (보호소가 제출하길)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한나네보호소에서 개들이 햇볕에 달아오른 바닥을 피해 나무로 만든 시설물 위에 올라 앉아 있다.
지난 8일 대구 동구 팔공산에 있는 한나네보호소에서 신상희 소장이 개들을 돌보고 있다.
보호소의 개들은 인기가 없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밥 주고, 물주고. 나는 꼼짝도 못 해요. 100마리만 돼도 나 혼자 깨끗하게 관리하며 살 수 있겠어요.” 이상희 소장이 말했다. 하지만 100마리로 줄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동네에서 미치갱이 소리 들어가며 이걸 17년째 하는데, 그래도 말 못하는 짐승을 못 버리겠는데 어쩌겠어예?” 그에 따르면 보호소에서 입양 가는 개체 수는 한 달 평균 2~3마리, 그런데 임신한 유기견이 구조돼 들어오거나, 누군가 보호소 앞에 개를 버리고 가면 금세 입양 간 개들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넘친다. 보호소가 알려지면서 집에서 키우던 개를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은 일상다반사고, 5년 전에는 개장수에게 개를 사서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65마리의 개를 보호소 앞에 두고 간 사람도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비단 한나네보호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기동물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사회적으로 유기동물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양산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성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떤지, 동물을 버리는 행위가 범죄인데도 이에 대한 불감증이 있는 현상 등 유기동물 증가를 막기 위한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편 ”공적인 단계에서 처리해야 할 유기동물 문제가 사설, 개인에게로 떠넘겨져 있다”고 현 상황을 짚기도 했다. 그는 “보호소에서 사육포기자를 받아주는 문화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처음 기를 때부터 성숙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소장 또한 보호소가 처한 문제의 근원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요? 누가 여길 도와주고 말고가 아니라 유기견이 없어야지요. 그런데 이렇게 보호소가 유명해지고 알려지면요, 또 누가 개를 버리고 갈까 봐 겁나요.” 개 몸에 엉겨 붙은 벌레와 거머리를 한없이 잡아 뭉개면서 그가 말했다. 글·사진 대구/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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