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고(발바닥부터 어깨까지의 높이) 40㎝ 이상인 개는 외출할 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한 정부의 관리대상견 지정 제도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려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체고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관리대상견을 지정할 경우 반려인과 비반려인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일 펴낸 ‘이슈와 논점’의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에서 “체고 기준의 관리대상견 지정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재검토해야 하는 근거로 해외 사례를 들었다. 미국, 독일, 영국,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체고 기준으로 반려견을 구분하여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기보다 맹견 및 위혐견의 평가를 거쳐 공격성이 있는 개에 대하여 입마개 착용 등의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체고 40㎝, 체중 20㎏ 이상의 개는 소유자 적성 평가 후 사육하도록 하고, 영국은 맹견의 경우 공격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육할 수 있으나 맹견 외의 개도 사람을 위협 및 공격한 경우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유자에 대한 사육금지 등의 조치가 가능했다.
이를 근거로 “개의 공격성의 경우 개의 크기가 아니라 소유자의 성향, 반려견의 교육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해외 사례와 같이 사람에 대한 공격 이력이 있는 반려견에 대하여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그 외 반려견에 대하여는 공격성 평가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 및 전문기관 설립 등 평가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월18일 발표한 ‘관리대상견’ 제도와는 다른 입장이다. 농림부는 ‘잠재적 위험성’을 이유로 체고 40㎝ 이상의 개가 외출할 때 입마개를 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과 청와대의 지시로 2월말부터 ‘재논의’하고 있다.
추가 개선 방향으로는 △반려견 소유자 교육 강화 △불법적 개 사육 근절 △싱가포르처럼 맹견 등 특정 반려견에 대해 일정 기간 순종훈련,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훈련업 신설 △미국, 일본과 같이 개물림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교육과 정보 제공하는 공개시스템 마련 등을 덧붙였다.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5일 “다른 대책은 그대로 추진하더라도 관리대상견 제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입마개를 의무화한) 정부 안이 비반려인들의 불안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지금 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 소속 기관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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