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안전사고 예방 대책으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보다 목줄 착용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체고 40㎝ 이상인 개는 모두 공격성 평가를 받아 이를 통과하는 경우에만 입마개 착용 의무를 면제해준다는 정부안을 시민들이 신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려인 모임인 ‘내사랑리트리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견 안전사고 대책’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반려견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을 꼽는 질문에 ‘모든 개 목줄 단속 강화’라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고개와 반려인에 대한 엄벌’이 25.2%, ‘반려견 교육 강화’가 16.4%로 뒤를 이었다. ‘입마개 착용’은 14.7%로 가장 적었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정부의 예상과 달랐다. 정부는 ‘덩치 큰 개가 공격할 때의 위험성이 더 크다’며 체고 40㎝ 이상의 개에게 입마개를 의무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큰 개가 위협적이다’라는 응답이 19.4%에 불과했다. 오히려 ‘개마다 성격과 위협 정도가 다르다’는 응답이 72.1%로 가장 많았고, ‘작은 개가 사납고 시끄럽다’는 응답이 8.4%였다.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목격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어떤 개였는지를 묻자, ‘아주 작은 개’라고 응답한 이들이 40.7%나 됐다. 체고 40㎝보다 작은 ‘중소형 개’가 36.4%로 뒤를 이었다. 중대형개는 15.3%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안에 대해 큰 개를 키우는 반려인들은 “큰 개일수록 반려인들이 더 조심하기 때문에 꼭 목줄을 착용한다”며 반발해왔다.
대형견인 리트리버 새끼가 풀 위에 앉아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만약 정부가 입마개 의무화 대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입마개를 하는 개들은 어떤 개여야 할까. ‘예외 없이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해야 한다’가 5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개의 크기나 공격성과 상관없이 모든 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뜻으로, 결국 정부 안대로 ‘체고 40㎝ 이상의 공격성 있는 개’로 제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단,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대답한 이들은 ‘공격성 있는 개만 선별해 입마개를 착용하게 할 것’을 가장 많이 뽑았다.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공격성 평가를 받아 이를 통과하면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37.3%가 ‘예외 없이 착용’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응답은 26.2%, 합리적 조항이라고 본 응답이 24.6%로 오차범위 안에서 비슷하게 나왔다. 전문가 검증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는 응답도 11.9%였다.
이 설문조사는 코리아스픽스를 통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9살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ARS로 진행됐다. 95% 신뢰 수준의 최대 허용오차는 ± 3.1%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반려견 키우고 있다는 응답이 33.7%, 키운 경험 있음 34.4%, 경험 없음 32%였다.
내사랑리트리버의 손수민 본부장은 “농림부는 시민들이 큰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체고 40㎝ 이상 개의 입마개 의무화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사비를 모아 설문조사를 해봤다. 시민들 생각은 정부 안과 달랐다. 정부 안은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사랑리트리버’는 대형견인 리트리버를 키우는 반려인들의 온라인 카페 모임으로 회원 수가 2만3천명 이상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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