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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한달 10마리만 팔아도 300만원…” 개농장주는 왜 폐업 결심했나

등록 2018-02-12 03:09수정 2018-02-13 18:07

[애니멀피플] “좋아하는 진돗개 키우다 보니
어느새 100여마리로 늘어나”
해외로 입양 보내고 문닫기로

“나를 보면 꼬리 치는 개들
보신탕집 팔 땐 가슴 아팠다
개농장 무조건 그만두라 안 돼
전업 도우면 설득할 수 있을 것”
조경 일을 하다 개를 키우게 된 김씨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 100마리의 개를 키우는 개농장주가 됐다. 하지만 “더는 죄를 짓기 싫어” 폐업을 결정했다.
조경 일을 하다 개를 키우게 된 김씨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 100마리의 개를 키우는 개농장주가 됐다. 하지만 “더는 죄를 짓기 싫어” 폐업을 결정했다.
농장은 서울 강남에서 차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9일 경기도 시흥시의 평범한 4차선 도로변,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것 같은 조용한 동네 언덕에 농장이 있었다. 도로에서는 들리지 않던 개 짖는 소리는, 키가 작은 건물 사이로 겨우 보이는 샛길의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니 그제야 들렸다.

비닐하우스 옆으로 판자로 얼기설기 만든 개집이 늘어서 있었다. 개집 앞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개들은 흥분한 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일정한 거리가 있어 서로의 몸이 닿지 않았다. 묶여 있는 개 뒤에 있는 뜬장(식용견 사육에 쓰이는 철제 사육장) 안에는 한 마리 또는 서너 마리의 개들이 불편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침마다 배달 온다는 근처 순댓국집의 음식물 쓰레기가 비닐하우스 앞에 놓여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의 김나라 매니저는 “개집이 특이했다. 작은 뜬장 안에 개들이 몸을 꾸겨 넣고 살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더위를 피할 수도 없는 여름은 뜬장이 찜통이었다”고 말했다.

개농장에서는 맹렬하게 개가 짖는 소리에 다른 사람이 건네는 인사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 사는 개들은 큰 덩치를 흔들며 열심히 짖다가도 막상 사람이 다가가면 뒷걸음을 치며 꼬리를 흔든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개농장은 거의 비슷하다. 이 농장에도 흰색, 누런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의 진돗개와 ‘상근이’로 기억되는 그레이트피레네 종, 도사 믹스견 등 여러 종류의 개 100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 개들은 올해 3월, 미국과 캐나다로 입양을 갈 예정이다. 농장주인 김아무개(73)씨가 지난해 5월 개농장을 폐업하기로 결심해서다. 김씨는 개를 매입해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에 직접 연락했고, 앞으로 동물 사육 관련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여생을 깊은 시골에서 버섯을 키우며 살겠다고 약속한 김씨를 지난 9일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개농장은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그는 왜 폐업을 하는 걸까.

김씨는 개가 늘어날 때마다 한 채씩 개집을 만들었다. 오래된 사육장 곳곳이 무너져 있었고 그 안에 있는 개들은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짖기만 했다.
김씨는 개가 늘어날 때마다 한 채씩 개집을 만들었다. 오래된 사육장 곳곳이 무너져 있었고 그 안에 있는 개들은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짖기만 했다.

“송아지만한” 도사견은 농장 안쪽 깊숙한 뜬장에 있었다. 식용으로 팔다 남은 개였다.
“송아지만한” 도사견은 농장 안쪽 깊숙한 뜬장에 있었다. 식용으로 팔다 남은 개였다.
한배에서 태어난 개들은 이렇게 처음부터 뜬장에 넣고 키워야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한배에서 태어난 개들은 이렇게 처음부터 뜬장에 넣고 키워야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개를 키우려고 키운 게 아니다. 누가 한 마리씩 줬다. 아는 사람들이 키우다가, 모르는 사람도 소문 듣고 개를 (내게) 데려왔다. (식용으로 판) 도사견도 누가 줘서 시작했는데 1년 키우면 한 마리에 30만~40만원씩 받고 팔았다.”

김씨는 “좋아서 진돗개 1마리를 키우다 보니” 4~5년 전부터 개농장주가 돼 있었다고 했다. 30여년 전 서울의 지하철 공사를 하는 데 자재를 납품하던 업체 대표였고, 15년 전에는 크게 화원을 했다. 그는 진돗개 1마리를 키웠는데 어느새 100마리로 늘었다며 “자기들끼리 새끼를 낳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김씨 역시 “개가 새끼를 낳으면 돈이 되기 때문에” 번식을 막을 생각도, 막을 능력도 없었다.

진돗개나 품종견이 새끼를 낳으면 온라인이나 도시의 애견분양 가게에 수십만원씩 받고 팔았다. 진돗개를 키우다 보니 식용으로 파는 도사견도 키우게 됐고, 늘어나는 도사견이나 잡종견을 “감당할 수 없어” 개장수에게 팔았다고 한다. 한 마리에 30만~40만원씩 받으니 돈이 되기는 됐다. 솔직히 “한 달에 10마리만 팔아도 300만원인데 그 수입을 어디 가서 벌”까 싶어 계속했다. 하지만 정이 든 개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도사견과 잡종은 식용으로 팔긴 팔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내 속을 모른다. (추울까 봐) 전등불까지 켜서 애쓰고 키워서 조금 큰 다음에 보신탕집에 팔면 내 마음이 좋겠나. 나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식용견 키우는 일에) 안 맞는다. 나는 개가 죽으면 땅에 묻어주는 사람이다. 지금도 내가 가면 꼬리 치고 나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파나.”

김씨는 개를 파는 것이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소나 돼지, 닭이랑 달리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새끼가 태어나 잘 자랄 때는 기쁘지만 (직접) 키운 개를 개장수에게 팔 때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개가 늘어나다 보니 본업이던 조경업을 자연스럽게 접었다.
개가 늘어나다 보니 본업이던 조경업을 자연스럽게 접었다.

장사가 잘되는 집에 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다 먹였다. 1년에 30만원을 주고 받아왔다.
장사가 잘되는 집에 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다 먹였다. 1년에 30만원을 주고 받아왔다.
‘애니멀피플’과 인터뷰 중인 개농장주 김씨.
‘애니멀피플’과 인터뷰 중인 개농장주 김씨.
더욱이 한때의 인기가 지나고 나면 품종견은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았다. 그 개들은 김씨의 농장에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서” 개를 키우다 여기까지 왔다. “새끼는 누가 가져가기라도 하지만 큰 개는 누가 가져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길거리에 내보낼 수도 없”었다. 개들의 사료값만 한 달에 150만원이 넘게 들어가다 보니 김씨는 지쳤다고 했다.

“개 키우는 사람들은 개를 사람보다, 부모보다도 우선으로 여긴다. 세상이 그렇게 바뀌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개를 먹어라 마라 할 수가 없다.”

김씨는 더는 이 사업에서 미래를 보지 못했다. “어차피 사양산업이니 하루라도 젊었을 때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이름을 밝히지는 못해도 동료들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기자와도 만났다.

―개고기 문화가 사라질까요?

“지금 많이 없어지고 있잖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그 사람들은 생계인데 무조건 그만두라고 하면 절대 그만두지 않아. 싸워서라도 계속하지. 이렇게 (다른 일로) 전업시켜주고 이주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면 금방 좋아질 거야.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 거죠?

“지원금을 줘서 다른 거로 바꾸게. 다른 동물을 키우든 다른 일을 하든.”

―영세한 농가 말고 여전히 개장사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공장식 농장주들은 지원해줘도 계속할 텐데?

“그들은 돈이 되니까 다른 사업을 안 하려고 해. 나오는 수입이 엄청나거든.”

―그들이 그만두게 하려면 어떻게 하죠?

“하하하. 나한테 그걸 물으면 어떻게 해. 그 사람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겠어. 다만 단속하고 보조하는 걸 같이 가야 일이 빠를 거야. 고기를 낚는 것도 갯지렁이 넣어주니까 물려고 (해서 낚시꾼에게) 소득을 주는 건데 무조건 가서 ‘그만두시오’ 하면 그만두겠어? 뭔가를 하려면 손해 보는 것도 있어야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사양산업이니 하루라도 젊을 때 다른 일 하라고 말하고 싶어.”

―세금이 들어가는데 국민이 이해할까요?

“뭔가 해야 할 일이라면 작은 잡음이 있어도 해야지. 한 나라 대통령을 뽑아도 반대표와 찬성표가 있는데, 어떤 일을 할 때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걸 하는 게 정부 일이고. 이렇게 사진만 찍고 가면 (그 사람들에게) 욕만 먹어. 이렇게 한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 연구해서 대안을 찾아야지.”

개를 먹은 시간만큼의 사회적 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감당할 수 있을까. 해답을 자신 없어 하는 기자에게 김씨는 농장뿐 아니라 보신탕 먹는 사람들, 보신탕집부터 줄여갈 것을 제안했다. “보신탕 먹는 사람들이 때만 되면 이를 쑤시며 식당을 오가는데 농장만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리가 있겠냐”고 되묻는 그의 눈빛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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