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개 사료를 고양이가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집에서는 종종 말썽이 생긴다. 개가 고양이 사료를 먹거나 고양이가 개 사료를 먹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이리온 동물병원이 만드는 사료 ‘웰츠’의 수의사들에게 개·고양이 사료의 차이점과 사료 이용의 주의사항 등을 물어봤다.
-개 사료랑 고양이 사료를 섞어 먹이면 안 되나?
“고양이는 개의 사료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의 사료는 잡식인 개에 맞춰 대체로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탄수화물 분해효소가 침에 있는지와 치아의 생김새, 소화기관의 구조가 다르다. 특히 개 사료 중에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사료도 있다. 보통 탄수화물 함량이 20%대인 사료가 고급 사료로 분류된다.”
-어떤 차이가 있나?
“개나 고양이나 똑같이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해서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있다. 아르기닌, 류신, 이소류신, 페닐알라닌, 트립토판, 히스티딘, 라이신, 트레오닌, 발린, 메티오닌 등이다. 고양이는 이외에도 타우린이 필수다. 타우린이 부족하면 눈, 심장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보통 사료에는 개와 고양이가 혼용해도 되는 필수 아미노산 최소 필요량이 모두 들어있다. 대신 미네랄, 비타민, 섬유소, 유산균, 타우린 양 등이 달라진다.”
-탄수화물이 많은 사료의 특징이 있다면?
“건사료에 탄수화물이 많으면 모양을 잡기가 쉽다. 그래서 탄수화물이 적은 사료의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크기도 제각각 다르다. 탄수화물이 많은 사료를 오래 먹으면 고혈당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백질이 많은 사료를 먹으면 고양이들이 물을 자주 마시기 때문에 방광염 같은 요로질환에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료로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나?
“예를 들어 고양이에게 흔한 질병이 하부 요로기 질환(방광염, 신장 결석 등)이다.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고양이가 물을 많이 먹고 자연스럽게 소변의 농도를 묽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양이는 물을 잘 안 먹는다. 육류 성분이 많은 사료를 먹은 고양이는 체내 단백질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물을 많이 먹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또 고양이가 종일 그루밍(혀로 털을 핥는 행동)을 하는 걸 고려해 삼킨 털 때문에 소화불량, 변비, 장 폐색 등의 문제가 없도록, 털이 체내에서 뭉치지 않고 똥으로 잘 배출되도록 하는 사료도 있다.
눈물이 많이 흐르는 유류증을 앓는 강아지용 사료도 있다. 유류증의 원인으로는 포메라이언이나 시츄같이 눈이 튀어나온 품종의 특수성도 있지만, 알레르기, 세균 감염, 염증, 속눈썹 이상, 눈물관 문제, 눈꺼풀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하다. 심할 경우 수술도 해야 한다.
이때 적혈구의 찌꺼기 성분인 포르피린이 눈물을 통해 나오면서 몰티즈 같은 하얀 털의 강아지의 눈 주변에 착색된다. 이때 바로 닦아주지 않으면 축축한 털에 균이 감염돼 세균 감염에 의한 2차 착색이 생기는 등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눈에 좋은 사료에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 지방산과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 비타민 A등을 첨가한다.”
개의 생애주기에 맞춰 사료를 달리 먹여야 한다. 노견은 피부와 털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성분도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강아지용 사료와 노견용 사료는 어떻게 다른가?
“미국 사료관리협회(AAFCO·Association of American Feed Control Officials)는 임신, 수유기와 성장기로 사료의 단계를 나누어 기준을 정했다. 강아지는 생후 1년 동안 신체기관과 근육이 만들어지고 지능이 발달하는 시기다. 생애주기 중 몸무게당 활동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열량이 높은 사료가 필요하다. 특히 신체기관이나 혈액 구성에 필수인 단백질이 풍부한 사료가 좋다. 이때의 사료는 많은 영양소와 열량이 필요한 출산한 어미 개에게도 유용하다. 성견에게 강아지용 사료를 먹이면 비만이 될 수 있다.
노견은 너무 많은 육류를 섭취하면 간과 신장 등에 부담이 갈 수 있다. 지방 함량이 낮고 육류 비율을 60%대로 낮춘 사료를 권장한다. 변비 예방에 도움을 주는 섬유소가 많으면 좋고, 피부 건조와 탈모 등 노화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오메가3도 들어있으면 좋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