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몸높이 40㎝ 이상인 개에 입마개 착용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한 개가 입마개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반려견 안전대책’이 발표된 후 동물보호단체와 반려인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동물단체가 부딪히는 주요 내용은 ‘체고(몸높이) 40㎝ 이상의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보고 입마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22일 오후 3시 기준 4만2300명이 청와대에 ‘입마개 의무화 반대’ 청원을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부는 18일 몸높이 40㎝ 이상인 개는 입마개가 의무라고 발표했다. 단, 공격성 평가를 해 공격성이 없는 개는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 규정’을 두었다. 결국 ‘몸높이 40㎝ 이상이면서 공격성 평가 결과 공격성이 있다고 나온 개나 이 평가를 거부한 개’만 입마개 착용이 의무라는 것이다. 정부 안은 독일 베스트팔렌주의 것과 유사하다. 베스트팔렌주에서는 40㎝ 이상인 개는 공격성 평가를 하고, 공격성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반려인이 잘 관리할 수 없을 때 입마개를 한다.
모든 개의 입마개 씌우는 것 아니다
이승훈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22일 “반려인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 안은 2021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올해 안에 관리대상견의 공격성 평가 지표를 만드는 후속 작업을 할 계획이다. 동물병원이나 동물훈련기관에서 평가한 결과 공격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입마개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몸높이 40cm 이상인 개의 입마개는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물단체는 정부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공격성의 기준을 몸높이로 보고 40㎝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을 폭넓게 잡은 것이나, 공격성이 없다면 입마개를 안 해도 되지만 일단 의무화한 후 예외 조항을 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그 크기의 개들은 모두 공격성을 내재한 ‘잠재적 문제견’으로 보는 ‘시선’이 문제라는 것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정부에서 말하는 ‘관리대상견’은 관리대상견이 아니라 시민들과 공존하는 평범한 반려견”이라며 “애초에 정부와의 논의단계에서 동물단체는 관리대상견이란 들개가 되는 백구, 수렵견, 식용개 농장의 개들 등 ‘관리부실견’ 등으로 보고 이를 관리하라는 의견을 냈는데, 그 정의 자체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몸높이 40㎝ 이상의 개에는 한국인이 많이 키우는 골든리트리버, 진돗개 등 상당수 견종이 포함된다. 강원도의 한 눈 쌓인 시골마을에 있는 진돗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몸높이 40㎝ 이상의 개를 키우는 일부 반려인들이 느끼는 분노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시선이 ‘공격성을 내재한지도 모르는’ 개와 반려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느낀다. 서울 낙성대에서 래브라도리트리버와 함께 사는 허아무개(35)씨는 “사람 문 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은 옳다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체고 기준 입마개 의무화 같이) 키가 눈으로 볼 때 확인이 쉬우니까 (정부가) 그렇게 아이디어를 낸 것 같은데, 큰 개라고 다 위협적인 건 아니다. 차라리 보호자가 개와 함께 올바르게 산책하는 방법이나 산책하는 반려견을 지나칠 때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주의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거나 펫티켓 캠페인을 하는 게 더 낫겠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계획 없이 발표해 혼란 자초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입마개 의무화를 발표한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 뮌헨대 수의학 박사이고 독일 동물보호소에서 수의사로 일했던 이혜원 건국대 3R 동물복지연구소(3R은 동물실험 관련 3가지 동물복지 원칙을 뜻함) 부소장은 “개가 공격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입마개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성 테스트를 할 기관이 확실히 있어야 하고, 개와 반려인 모두를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부 발표가 다소 준비 없이 이뤄졌다고 봤다.
동물단체는 개발되는 평가 지표가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독일에서는 개의 공격성을 평가하려면 보통 1시간 이상이 걸리고 비용도 100~200유로(13만~26만원) 정도가 든다. 반려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개의 행동 차이, 술 취한 사람을 봤을 때, 노인이나 아이와 함께할 때,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때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재연한다. 정부는 이런 공격성 평가 지표를 올해 안에 만들고 입법 과정을 거쳐 2021년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정부는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주장의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이런 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사무관은 “반려인은 개의 공격성에 대해 사후적 조치를 강조했고 비반려인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요구했다”며 “크기로 공격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다만 큰 개일수록 피해가 크니 예방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개가 안 문다는 것을 공식화하기 위해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고, 이런 평가를 통해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를 처음 키우는 반려인이나 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반려인을 위한 교육이나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에 “펫티켓을 법률적으로 의무화하거나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공격성 있는 개가 입마개를 한다는 결과는 똑같지만, 사람을 문 적이 있거나 맹견의 경우 등 입마개는 예외적으로 하도록 해야 하는데 입마개를 안 하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두었다”며 “입마개를 한 개를 보면 무섭거나 싫은 부정적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 40㎝ 개 입마개 의무화 폐지는 개의 복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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