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평양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북한의 반려동물 문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 탈북해 한국으로 온 군 수의사 출신의 새터민이 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반려동물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가 설명하는 한국과 다른 점은 북한 주민들의 상당수가 돼지를 키운다는 것이었다. 그는 “북한의 다른 점이 ‘지원돼지’라고 있다. 개인들이 키우는 돼지인데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군에 돼지를 주고 곡식을 받기 위해서다. (군대에 지원할 예산이 부족하니까) 주민들에게 1년에 돼지고기 몇 ㎏씩 키워서 군을 지원하라고 지시한다. 키우는 만큼 곡식으로 주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1~2마리씩 키운다”고 말했다.
평양 같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는 지원돼지를 키우는 이들이 꽤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키우고 1층 주택의 경우 (마당에) 콘크리트로 돼지 집을 지어 철문을 달아키운다. 그게 돈이 되고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키우기 시작한 ‘지원돼지’ 말고도 가정 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예비군 관련 단체인 향토방위연구소가 내는 ‘월간 향방저널’ 2015년 10월호에 실린 글 ‘북한의 애완동물’을 보면 북한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흔하지 않아 보인다. 평양에서는 주로 원숭이나 애완용 강아지를 많이 키운다고 적혀있다.
북한 평양의 한 단고기집.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 들어 평양의 외화상점에서 애완견을 팔기 시작”했고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에 개는 인간생활과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글이 발표되고 애완견을 키우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몸집이 작은 품종견보다는 셰퍼드나 불도그같이 크고 강한 개들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또 “2000년대 초반 평양의 애견 붐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을 연상케했다. 평양에선 몰티즈와 시추가 가장 인기가 있는데 당시 종은 품종의 암컷은 500달러(50만원 이상)를 호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애견을 식용으로 수십 마리씩 길러 파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광복거리와 통일거리엔 애견 고기 전문식당도 생겼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일은 2008년 야만행위라며 애견 통제령을 내렸다. 되도록 기르지 말라는 권고에 애견 바람은 쉽게 꺼졌다”고 한다.
군 수의사였던 새터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김일성 사망 후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장사에 눈을 트기 시작했고 그 결과 권력층과 인간관계를 맺고 부를 축적하거나 자수성가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반려동물을 취미로 기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주로 중국에서 품종견들을 사들여온다고 했다.
그는 “장사를 해 밥 먹고 살 만한 친구가 셰퍼드를 키웠다. 단, 동물병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치료는 받기 어렵다. 수의방역소는 주로 농장동물 위주로 예방접종을 하는 곳이고 (물자가 부족한데) 반려동물까지 돌보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동물도 생명이라는 것은 알지만, 한국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에게 가족같이 대하고 옷을 입히고…이런 식의 문화는 북한 주민들은 자본주의사회 모습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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