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3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 식용 없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염원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개 식용 중단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개 식용 없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원합니다.”
다음달 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한 달가량 앞두고, 한국동물보호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정부의 개 식용 중단 결정을 촉구했다.
3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들 단체는 ‘개 식용 없는 평창올림픽을 기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물 옷을 입고 가면을 쓴 활동가들의 피케팅도 있었다.
이들은 “세계인의 축복 속에 성공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지탄을 받는 동물학대와 개 식용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인, 흑인, 아시아인이 모두 똑같은 인간이듯이 모든 개는 똑같다. 식용견과 반려견 구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개 도살과 개 식용 금지가 올림픽을 10번 치르는 것보다 대한민국 국익과 이미지 제고와 품격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개 농장과 개 시장을 폐쇄하고 개 식용 금지를 법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세계적으로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만 개 식용이 남아있다. 반려동물인 개를 잡아먹는다는 이미지는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면서도 개 식용을 종식하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들이 개 식용 단계적 폐지에 공감했다. 이번 기회에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30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 식용 없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에 “이번 기회에 개농장, 개시장을 폐쇄하고 개 식용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염원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개 식용 문화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당시 전두환 정권이 앞장서서 보신탕을 혐오식품으로 보고 1984년 이후 보신탕 판매 영업을 금지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봤을 때 사람과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된다면 한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을 염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보신탕 가게는 사철탕·영양탕 등의 이름으로 암암리에 계속 판매했다. 한 육견인은 “당시 정부가 대로변에 나와 있는 개고기 가게를 외국인들 눈에 띄지 않도록 없애라고 지시해 이면도로 안에서 위장간판을 달고 영업하고는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정부 방침을 두고 ‘외국 눈치를 보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억압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개 식용에 대한 국민 여론은 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영양학적으로 충분한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까지 먹을 필요가 있나며 의문을 던진다.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듯 개고기를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인정할 것을 주장하기보다는 생명을 존중하고 육식을 줄여가자는 생태주의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개 식용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일부 육견인들과 동물보호단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개 식용의 단계적 종식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중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30년 전에는 개 식용을 두고 전통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달라지면서 많은 국민이 반려동물 식용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 국회가 이에 대해 공론화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한국동물보호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