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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개 도살시설 철거 제동…법원 판결 ‘후폭풍’

등록 2018-01-02 18:34수정 2018-01-02 22:02

[애니멀피플] 법원,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업체 한 곳의 도살장 철거하지 않아도 돼…동물단체들, “위험한 판결”
성남시 “환경정비사업 늦어질 듯”…전업 약속한 업체들, “우리만 피해”
지난해 12월30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법원의 성남시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30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법원의 성남시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성남시 모란시장의 한 업체가 낸 개 전시·도살 시설 철거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성남시가 1년 넘게 이어오던 모란시장 환경정비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고, 시 행정에 찬성한 모란시장의 다른 상인들도 전업이 늦어질 수 있다며 난처해 하고 있다.

성남지방법원은 모란시장의 ㅅ업체가 낸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해 12월22일 “철거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인용 결정했다. 성남시는 모란시장 안의 개 전시·도살 시설이 있는 것을 두고 시설 용도를 불법 변경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해왔다. 그리고 업체에서 전시·도살 시설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ㅅ업체가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성남시의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기 때문에 용도변경과 관련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ㅅ업체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임진 성남시 시장현대화와 상권활성화팀장은 2일 “도살시설을 두고 용도변경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비사업 추진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성남시는 2016년말 이재명 시장이 모란시장의 개 전시·도살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장에 비 가림막 시설을 설치하는 등 환경정비 사업을 진행해왔다.

법원의 결정을 두고 동물보호단체도 즉각 반발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9곳은 지난 30일 성남 모란시장에서 ‘불법 도살장’ 즉각 철거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법원의 판단은 업체(의) 불법행위의 주된 피해자가 단지 동물이라는 이유로 그 중대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이는 특히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온 ㅅ업체의 탈법적 영업행위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위험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에서는 개고기를 축산물이나 식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업체의 이런 영업 행동을 법원에서 묵인해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었다.

법원의 결정으로 성남시의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지난해 12월30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항의 시위 모습.
법원의 결정으로 성남시의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지난해 12월30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항의 시위 모습.
성남시와 전업을 약속한 모란시장 내 15곳의 업체도 법원의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성남시와 전업을 약속한 이상 식당이나, 정육점, 커피숍이나 찻집 등으로 전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개 도살이 진행되면 전업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애니멀피플’과 통화에서 모란시장의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수십 년 동안 알던 사람, 자기 돈 들여 장사하는 사람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전업을 희망하는 가게들로서는 손해가 크다”라며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동물’의 피해 여부만 따지며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함께 장사하던 사람들의 피해를 생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임진 성남시 상권활성화팀장도 “혹시 ㅅ업체에만 손님이 몰리는 일이 발생하면 전업을 약속한 업체들이 불만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 이런 상황을 다른 재래 개시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주목하고 있다. 부산시 북구 구포시장 가축시장 내 16곳의 개 도살, 판매 업체와 전업지원 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부산시 북구청 관계자들은 “상인들의 요구는 창업비용 지원, 새 가게 인테리어 비용 등 금전적 보상인데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다 들어주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성남시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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