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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배 가르고 난자 채취…마취 풀리면 개농장으로”

등록 2017-12-18 17:17수정 2017-12-18 18:13

[애니멀피플]
서울대 식용견 복제실험에 동원 논란, 제보자 증언 들어보니
“복제견에는 고급 사료 주고…개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호루라기재단 등은 18일 서울 서초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 식용개농장에서 사 온 개를 복제견 실험을 위해 사용해왔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우리 기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호루라기재단 등은 18일 서울 서초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 식용개농장에서 사 온 개를 복제견 실험을 위해 사용해왔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우리 기자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복제견을 만들기 위한 실험견 100여마리를 식용견 농장에서 들여왔고, 이들에 대한 동물학대가 만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서울대에 연구자에게 윤리적 책임을 묻고 실험을 승인한 서울대 실험동물윤리위원회 위원들의 전원 사퇴할 것, 서울대 복제견 사업의 전면 재검토할 것 등을 요구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재단은 18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가 개를 산 농장은 충청남도에서 850여 마리를 기르는 개농장이며 이 개농장은 지난해 관리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은 ‘전형적인 식용개농장’이다. 농장주 또는 가족이 보신탕집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동안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 동물관리직으로 일한 사람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 제보자는 식용개농장 개 반입과정과 관리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제보자의 말을 들어보면, 난자채취용개나 대리모는 모두 이 식용개농장 한 곳에서 데리고 왔고 개농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뜬장(개사육용 철제우리)에서 지냈다. 실험실에서 개가 다른 개에게 물리는 사고나 실험실 뜬장 바닥 철망에 발이 끼어 다치는 경우도 주 1회꼴로 발생했다.

개들은 실험이 끝나면 다시 개농장으로 보내졌다. 4개월 동안 약 100마리의 개들이 개농장주의 트럭을 타고 실험실로 오고 갔다. 1주일에 2번씩 3~4마리가 반입됐다. 8~9마리가 올 때도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에 사용한 개에 대해 15~20만원씩을 지불했다. 실험실에는 평균 15~20마리씩 머물렀다.

제보자는 “실험은 배를 가르고 난자를 채취했다. 임신에 성공한 개는 제왕절개로 새끼를 낳고 실패한 개들은 우선 개농장으로 보낸다. 성공한 개들은 새끼들을 볼 수 없고 마취가 풀리고 상처가 아물면 다시 개농장으로 돌려보낸다”라고 말했다.

개들은 오기 전 개농장에서는 먼저 개들의 혈액을 보내 호르몬 검사를 했고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들만 실험실로 반입됐다고 한다. 개농장주가 직접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채취를 했고 실험실로 온 개들은 제보자가 매일 혈액채취를 했다.

제보자는 “(일하러 가면) 정신병동에 있는 느낌이었다. 개들이 제자리만 맴돈다든가, 뜬장에서 개가 다치는 걸 봐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개에게서 피를 뽑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식용견농장 뜬장에 개가 갇혀있다. 김성광 기자flysg2@hani.co.kr
식용견농장 뜬장에 개가 갇혀있다. 김성광 기자flysg2@hani.co.kr
제보자는 이어 실험실로 반입된 식용견들이 관리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개농장 개들에게는 저급사료인 ‘캐니스마니아’를 줬고, 실험실 복제견에는 고급인 ‘로얄캐닌’ 사료를 먹였다고 했다.

또 이병천 교수의 요구 사항도 전했다. “이 교수는 개농장주에게 1살 미만의 어린 개들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 교수가 난자 채취를 위해 개들을 500마리까지 늘려달라고 했다며 개농장주가 확장공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제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원래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서울대에서 실험동물 관리하는 직원을 뽑는다는 공문을 보고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 개가 있는 뜬장 시설을 보자마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을 몰랐다.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에 있는 임시 건물이라 이런 줄 알았는데 전부터 이랬다고 하더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적인 일이라 바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을 일하기로 했는데 4개월만 일하고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제보자가 제기한 열악한 시설 등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6월께 동물실험윤리위원 2명이 현장점검을 나왔고, 위원장인 박재학 수의대 교수가 이 교수를 만나 시정권고 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9월중 새 시설로 이사하면 개들 사육공간이 넓어진다며 점검결과를 알리겠다는 답변만 들은 상태”라고 했다.

이날 카라는 서울대가 식용견 농장과의 거래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개 복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 전진경 이사는 “해당 농장에 가보면 냄새나고 더러운 전형적인 개농장의 모습”이라며 “개농장 개들을 값싼 난자채취의 도구로 착취해왔기에 가능했던 개 복제 연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연구논문은 재검증을 받아야 하며 만약 그렇다면 그 논문은 시정,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천 교수는 복제견으로 유명한 학자로 최근에도 최초 복제견 스너피의 복제견을 만들어 저널에 논문을 실은 바 있다.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 이영기 이사장은 “공익제보자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서울대의 비윤리적인 동물학대 실험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혹여 서울대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려는 시도가 있다면 단호한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수의대가 식용개농장에서 도사견을 사들여 실험에 사용해왔다는 의혹은, 지난달 7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동 85-1동 앞에서 식용개농장에서 납품 중이던 어린 도사견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애니멀피플’ 11월9일 보도). 11월 말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서울대 이병천 교수가 식용견농장에서 납품받은 도사견을 동물실험에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서울대실험동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인 박재학 교수 등 위원들의 승인을 받아 동물실험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애니멀피플’ 12월5일 보도).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식용견을 실험견으로 사용한다 해도 연구진을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카라는 지난달 15일 서울대 성낙인 총장과 이병천 교수에게 사건 진위와 연구 목적, 개농장 개 이용 현황, 실험 후 개들의 행방 등을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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