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호루라기재단이 18일 서울시 서초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서울대 개 복제연구 실체 고발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우리 기자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복제견을 만들기 위한 실험견 100여마리를 식용견 농장에서 들여왔고, 이들에 대한 동물학대가 만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공익제보자를 후원하는 호루라기재단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교수 연구팀이 개 850여마리를 기르는 충남의 ‘전형적인 식용견 농장’에서 100여마리의 난자채취용 실험견을 데려왔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지난해 관리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은 적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구팀에서 4개월 동안 동물관리직으로 일한 익명의 내부 제보자가 참석해 직접 증언했다. 이 제보자는 “난자채취용 대리모는 모두 식용견 농장에서 데려 왔고 ‘뜬장’(개사육용 철제우리)에 방치했다. 실험실 사육장에서 개가 다른 개를 물거나 뜬장 바닥 철망에 발이 끼어 다치는 사고가 주 1회 꼴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들은 실험이 끝나면 다시 개 농장으로 보내졌다. 넉달 동안 약 100마리의 개들이 오갔다. 개 농장이 먼저 개들의 혈액을 보내면 (연구팀이) 호르몬 검사를 실시해 그 수치가 높은 개들을 실험실로 반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가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특수목적견 복제 사업’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용개농장에서 한 개가 뜬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를 지켜본 제보자가 실험실 사육시설 개선을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요청했고, 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이 교수에게 시정권고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해 제보자는 위원회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11월7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동 앞에서 도사견 등을 옮기던 식용견 농장 트럭을 발견하면서 비윤리적 실험의 한 자락이 드러났다. 이후 11월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개농장에서 납품받은 도사견들을 이 교수가 실험에 사용해왔으며, 서울대 실험동물윤리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내부 제보자의 증언으로 실험의 구체적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단체들은 △이 교수 등 연구자 징계 △실험을 승인한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식용견 실험을 수반한 복제견 상용화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을 서울대에 촉구했다. 카라는 11월15일 서울대 성낙인 총장과 이병천 교수에게 사건 진위와 연구 목적, 개 농장 개 이용 현황, 실험 후 개들의 행방 등을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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