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원씨의 반려견이 이웃을 물고 그 이웃이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사건원인이 녹농균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감염경로를 두고 의문이 퍼지고 있다. 아픈 개나 고양이에서도 녹농균은 물론 내성 녹농균도 검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확인됐다.
2013년 한국가축위생학회지에 실린 논문 <개와 고양이에서 분리된 장내세균과 녹농균의 항균제 내성 및 내성 유전자의 분포>를 보면, 녹농균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을 시험한 결과 시험대상 21마리 중 10마리(47.6%)가 한 가지 이상의 약제에 내성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Amikacin(아미카신), 노르플록사신(Norfloxacin) 등 항생제 성분에 대해 4.8%~14.3%의 내성률을 보였다. 이들 항생제는 동물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는 2009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대구지역 동물병원 23개에 입원 또는 치료 중인 개 21마리를 대상으로 했다. 21마리 중 19마리는 귀에서, 2마리는 피부에서 균을 분리해 실험에 사용했다.
논문의 제1 저자였던 조재근 대구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 동물방역과장은 25일 “아픈 개 중에 녹농균이 있는 개에게서 녹농균을 분리해 항생제 검사를 했더니 내성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개들이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모를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포함하면 어디든지 녹농균 내성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조과장은 “내성 녹농균이 있는 개에 물린다고 치료가 안 돼 사망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과는 선을 그었다.
따라서 반려동물에게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이 나오면,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고, 결국 인간에게도 해로울 수 있으니 항생제 남용을 주의해야 한다. 이는 동물의 건강이 인간의 건강과 이어져 있다는 ‘원 헬스’ ‘(One Health) 개념이다. 황주선 강원대학교 박사후연구원(질병 생태학 전공)은 “사람이나 가축이나 반려동물이나 항생제에 노출될수록 내성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가장 가까우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씨의 반려견에 물린 후 사망한 한일관 대표의 녹농균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녹농균이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시원씨 쪽은 최씨의 반려견에게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사의 소견서와 진료기록을 행정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유가족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 수의사는 “녹농균은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나오기 쉽고, 내성 녹농균 역시 그렇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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