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대한육견협회가 ‘개고기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자 개고기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60~70㎏ 나가는 식용견 9마리를 앞세운 ‘개고기 합법화’ 집회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개고기 합법화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들과 생존권 요구는 할 수 있다는 이들 등 입장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22일 오후 1시 개농장주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 250여명이 9마리의 식육견(도사견)을 케이지에 실은 트럭을 세워두고 집회를 시작했다.
그 옆을 지나친 서울 마포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 6명은 큰 개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장재영(14)양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 가족 같은 생각에 개를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용아연(14)양도 “농민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으로 안다. 또 시설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식용에 찬성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채원(14)양은 “먹을 때마다 우리 강아지 얼굴이 떠오를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도 “개를 먹어본 적이 없고, 부모님도 개고기 이야기를 하신 적 없다. (친근한) 개를 먹는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육견협회가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개고기 합법화’ 촉구 집회에서 한 회원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한육견협회가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개고기 합법화’ 집회에 데려온 식용견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도 수원에 사는 민슬기(25)씨도 개식용에 반대했다. 민씨는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해 생각해달라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씨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개는 다 같은 개라는 것이다. 민씨는 “친척 중에 개고기 장사를 하는 분이 있어 개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려면 개를 때려서 죽여야한다고… 사람들의 입맛을 위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씨의 친구인 지미림(25)씨는 “개를 끌고 와 집회를 하는 것에 반대”라고 했다.
개고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달 전 대구의 한 대학교로 왔다는 프랑스인 찰리(25)는 친구들과 집회 현장을 목격한 후 “개고기를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축을 기르는 것은 염소나 개나 똑같다” 라며 그냥 같은 식품으로서의 고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친구들은 기자에게 개고기가 한국의 전통문화냐고 묻기도 했다. 반대시위를 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를 보면서는 “반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유지인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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