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돌보미(캣맘)들이 한 달 평균 16만원의 사비를 들여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밥을 줘서 개체수를 늘린다’ ‘집에서 기를 여력이 없어 길고양이를 돌본다’
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길고양이 돌보미(케어테이커·캣맘)들에게 따라붙는 오해다. 과연 돌보미들은 누구이고, 어떻게 고양이들을 돕고 있을까.
동물권행동 카라는 12일 저녁 서울 서교동 카라 더불어숨센터 킁킁도서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길고양이 돌봄형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29일부터 7월31일까지 구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됐고, 전국 1543명의 고양이 돌보미가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은 여성(95.7%)였으며 40대가 28.6%로 가장 많았지만, 연령대와 상관없이 20대(19.3%), 30대(24.7%), 50대(21.3%)가 고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응답자의 대부분(97.7%)이 먹이 제공을 주요 활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응답자 열 중 여섯(58.8%)은 중성화 뒤 제자리에 방사하고 보살피는 티엔아르(TNR)을 해주고 있었다.
길고양이 돌봄형태 설문조사 ‘주된 돌봄활동 내용’. 카라 제공
돌봄활동 경력과 연령이 높을수록 티엔아르를 실시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활동경력이 10년 이상인 경우에는 그 비율이 86%에 달했다. 활동연도가 5~10년 이상이 된 돌보미들은 1년 미만인 경우보다 구조와 치료활동에 3배, 고양이 입양활동에 약 4배나 더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돌보는 고양이가 5마리 미만인 경우(37.7%)가 가장 많았지만, 5~10마리를 돌본다(26.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동물단체나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95.7%)하고 있었으며, 돌봄비용으로 1인당 한 달 평균 16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길고양이 돌봄 비용은 3~5만원, 6~10만원, 11~20만원을 쓴다는 응답이 20% 내외로 유사했으나 21만원 이상을 쓴다는 응답도 전체의 26.7%에 달했다.
길고양이 돌봄형태 설문조사 ‘길고양이 돌봄 월 소요 비용’. 카라 제공
열 중 아홉은 티엔아르를 인지하고 있었는데, 실제 참여하는 비율은 60%에 그쳤다. 티엔아르에 참여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자비를 들여야 하는 비용 문제(25.9%)가 가장 컸으며,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어려움(19.7%), 지자체 티엔아르 수술 뒤 덧난 경험(16.4%)으로 인한 것이었다. 실제로 돌보미들은 티엔아르에도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는데 지자체 예산만으로 진행한 이용자(32.9%)와 지자체 예산과 자비를 병행한 이용자(32.6%)가 큰 차이가 없었다. 돌보미들이 자비를 들여 티엔아르에 참여하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이 없고 마감돼서’(45.3%)가 가장 컸다.
이날 설문조사를 발제한 카라 김정아 활동가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설문에서 보여지듯 길고양이 급식을 하는 케어테이커 상당수는 먹이주기뿐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티엔아르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86.5%가 향후 실시 의사가 있다고 답한 만큼, 정부·지자체는 티엔아르 예산을 확대해 길고양이 보호 복지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가 12일 서울 서교동 더불어숨센터에서 ‘길고양이 돌봄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카라 제공
한편 이날 강연자로 나선 카라 전진경 대표는 “길고양이들은 일부 학대자들이 주장하는 들고양이와는 학명도 생태적 지위도 다른 집고양이들이다. 사람들의 방치와 유기, 중성화 부재로 형성된 길고양이 개체군을 유지·보호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면서 “케어테이커들은 문제 유발자가 아니라 해결자”라고 주장했다.
길고양이 사진작가 ‘찰카기’ 김하연 작가는 동물보호법 보호 대상이면서, 구조·보호조치에서 제외되는 길고양이의 독특한 법적 지위를 설명하며,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조례를 통해 운영 중인 길고양이 보호 활동 등을 소개했다. 설문조사의 상세한 결과와 세미나 자료는 카라 누리집 자료실(www.ekar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