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품종에 따라 개의 고유한 성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품종이 개의 행동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우리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상냥하고, 핏불은 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 품종에 따른 고정 관념은 우리가 개를 고르는 기준이 되어 왔다.
하지만 개의 행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품종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엘리노 칼슨 등 연구팀은 광범위한 설문 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품종이 개의 행동을 설명하는 지표가 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29일 발행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논문에서 연구팀은 ‘다윈의 방주’에 등록된 1만8385마리의 보호자에게 개의 신체적 특징과 행동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하는 한편, 2155마리의 디엔에이(DNA)를 분석했다. 다윈의 방주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각종 행동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과학자와 협력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보호자에게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성 △충동적인 행동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수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패턴 △다른 개와 어울리는 사회성 등을 질문해 품종에 따른 개의 행동을 평가했다. 여기에 2155마리의 디엔에이를 분석해 설문 조사 결과와 연계했다. 그 결과 78개 품종에서 개의 행동과 관련한 11개의 유전자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유전자는 모두 특정 품종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품종이 설명해줄 수 있는 범위는 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즉, 개의 품종에 따른 행동의 특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 오히려 개체(에 따른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품종(에 따른 유전자 변이)보다 더 크게 행동을 결정짓는 요소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별과 나이가 행동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가 될 거라고 말했다. 개가 겪은 경험과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후천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현재 개의 품종은 200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인 100∼200년 전에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최근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몇몇 ‘유전자 변이’가 1만∼3만 년 전 개가 출현한 이후 형성된 유전자의 지층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에게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순종견을 고집하지 마라. 개의 성격과 역사가 당신과 얼마나 잘 맞는지 보라.”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k0639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