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이 4일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을 넘어 월남한 북한 주민 1명을 민통선 지역에서 붙잡아 월남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군당국이 사전에 월책을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계 태세 및 대응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신원 미상 1명이 3일 저녁 7시25분께 동부전선 지오피(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것이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으나 곧바로 사라졌다”며 “군은 지오피 종심차단 작전에 나서 4일 오전 9시56분께 해당 인원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쪽에서 비무장지대 철책을 넘어 남한 땅에 들어온 지 14시간 뒤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인원은 체포 당시 비무장상태였다”며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며, 자세한 신분과 월남 경위 등은 관계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북한 주민은 비무장지대 철책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민통선 산악지역에서 출동한 군당국의 기동수색팀에 발견됐다.
이날 월남한 북한 주민은 앞서 철책을 넘기 하루 전인 2일 밤 10시14분께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도 군의 열상감시장비로 두차례 관측됐다. 그러나 군당국은 이 주민이 3일 저녁 비무장지대 철책을 넘어 남한 땅에 몰래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군당국자는 “곧바로 감시·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작전병력을 투입해 수색·정찰에 나섰으나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비무장지대 철책에 장착된 과학화경계시스템도 이번에 무용지물이었다. 누군가 철책을 건드리면 감지센서가 울려 신속대응팀이 출동하도록 돼 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군당국자는 “북한 주민이 월책할 때 광망(철조망 감지센서)이 울리지 않은 원인을 조사해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경계가 뚫린 부대는 2012년 10월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당시 부대이다. 당시 해당 부대 경계병력은 북한 병사가 철책을 끊고 지오피까지 내려와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몰랐던 것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됐다. 군 당국은 ‘노크 귀순’ 뒤 경계장비를 보완하고 경계태세를 재점검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공연불이 된 셈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