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사진 앞줄 가운데)와 부인 리설주(왼쪽)씨가 8일 평양체육관에서 데니스 로드먼(오른쪽) 등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의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잔인한 독재정권 선전원” 비판일어
“북-외부세계 소통 기회” 두둔도
“북-외부세계 소통 기회” 두둔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동료 선수들을 이끌고 지난 6일 방북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1월8일)을 축하하는 농구 경기를 벌인 일과 관련해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뜨겁다. 주요 언론은 물론 유력 정치인들까지 나서 로드먼의 방북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는 견해가 다수이나, 서로를 아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로드먼의 명백한 반칙’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로드먼이 잔인한 독재정권의 선전원이 되고 있다”며 “그는 타당한 스포츠 외교를 하고 있는 게 아니며 그의 익살스런 행동도 전혀 즐겁지 않다”고 비판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그는 아무래도 백치인 것 같다. 자신이 아주 야만적이고 무모한 젊은 지도자의 선전 도구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은 로드먼이 6일 <시엔엔> 인터뷰에서 북한에 1년 넘게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배준호)씨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자 더 확산됐다. 로드먼이 경기에 앞서 김정은 제1비서의 생일을 축하하며 ‘해피 버스데이’를 부른 일도 비판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6일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 교수의 말을 따서 “이런 교류가 미국인들을 전쟁광으로만 알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미국인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보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런 기회를 통해 북한이 조금이라도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게 되며, 외부 세계도 로드먼의 설명을 통해 북한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씨와 부부 동반으로 로드먼의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며 “이번 경기를 조직한 것은 원수님(김정은)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북한 언론이 1월8일을 김 제1비서의 생일이라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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