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황찬현 감사원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28일 황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뒤 야당 반발이 거세지자 시기를 저울질하던 청와대가 결국 임명장 수여를 강행한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의 조직 안정, 기초연금 문제 등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에 대한 임명 강행은 반대 목소리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의 또다른 행태일 뿐이다.
애초 세 사람 임명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은 문형표 장관의 심각한 도덕성 문제 때문이었다. 문 장관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하루 연장됐지만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최근 몇 년간 규정을 위반한 법인카드 사용 사례는 4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복지철학 면에서도 재정안정을 우선시함으로써 시대적 흐름인 보편복지와는 맞지 않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투표가 강행 처리된 만큼 박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 문 장관의 임명을 자진 철회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 경우 장관 후보자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과 복지 행정의 공백이라는 고충이 있겠지만 막힌 정국의 물꼬를 트는 긍정적 측면이 더 컸을 것이다. 야당을 배려함으로써 여야 협상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었다. 민주당은 애초 문 장관 사퇴를 관철하기 위해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투표를 고리로 걸었다. 인선 파동의 핵심은 문 장관 문제였던 만큼 박 대통령이 여기서 결단했어야 했다.
더욱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4인 회담을 처음 시작한 날 세 사람의 임명장 수여를 밀어붙인 것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좋지 않다. 야당의 반발을 초래해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 해법 찾기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청와대가 여야 대화를 망가뜨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살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강행으로 정치판은 어찌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고집불통식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대통령은 정치권의 대치를 해소하고 국정을 원활히 이끌 궁극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현 대치 정국의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는 쑥대밭으로 만든 채 나 홀로 국정 운영한다는 식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계속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먼저 정국 타개를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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