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 문형표 복지장관 꼭 임명해야 했나

등록 2013-12-02 18:51수정 2013-12-03 14:13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황찬현 감사원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28일 황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뒤 야당 반발이 거세지자 시기를 저울질하던 청와대가 결국 임명장 수여를 강행한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의 조직 안정, 기초연금 문제 등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에 대한 임명 강행은 반대 목소리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의 또다른 행태일 뿐이다.

애초 세 사람 임명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은 문형표 장관의 심각한 도덕성 문제 때문이었다. 문 장관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하루 연장됐지만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최근 몇 년간 규정을 위반한 법인카드 사용 사례는 4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복지철학 면에서도 재정안정을 우선시함으로써 시대적 흐름인 보편복지와는 맞지 않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투표가 강행 처리된 만큼 박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 문 장관의 임명을 자진 철회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 경우 장관 후보자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과 복지 행정의 공백이라는 고충이 있겠지만 막힌 정국의 물꼬를 트는 긍정적 측면이 더 컸을 것이다. 야당을 배려함으로써 여야 협상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었다. 민주당은 애초 문 장관 사퇴를 관철하기 위해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투표를 고리로 걸었다. 인선 파동의 핵심은 문 장관 문제였던 만큼 박 대통령이 여기서 결단했어야 했다.

더욱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4인 회담을 처음 시작한 날 세 사람의 임명장 수여를 밀어붙인 것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좋지 않다. 야당의 반발을 초래해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 해법 찾기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청와대가 여야 대화를 망가뜨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살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강행으로 정치판은 어찌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고집불통식 사고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대통령은 정치권의 대치를 해소하고 국정을 원활히 이끌 궁극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현 대치 정국의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는 쑥대밭으로 만든 채 나 홀로 국정 운영한다는 식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계속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먼저 정국 타개를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법원 습격·난동, 윤석열의 거듭된 불복·선동이 빚었다 1.

[사설] 법원 습격·난동, 윤석열의 거듭된 불복·선동이 빚었다

[유레카] 악어의 눈물 2.

[유레카] 악어의 눈물

[사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 여권은 반성부터 해야 3.

[사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 여권은 반성부터 해야

탄핵당하지 않는 재벌 총수들 [세상읽기] 4.

탄핵당하지 않는 재벌 총수들 [세상읽기]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한겨레 프리즘] 5.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한겨레 프리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