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논란 후속대책당정협의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 비판에도
교육부, 검정 책임 문제 도외시
검정심의회 위원 15명 불과한데
이 중 심의 경험자는 3명뿐
“교과서 관련 교육부 신뢰 떨어져”
교육부, 검정 책임 문제 도외시
검정심의회 위원 15명 불과한데
이 중 심의 경험자는 3명뿐
“교과서 관련 교육부 신뢰 떨어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최종승인을 마친 뒤에도 스스로 751건이나 추가 수정한 사실이 밝혀지자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검정과 교육부의 수정심의를 검증해야 한다는 비판이 역사학계에서 쏟아진다. 이런 ‘불량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교육부가 편수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공무원 조직 불리기에만 나서는 상황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역사학계는 13일 교학사 교과서의 751건 자체 수정은 앞서 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결과라며 검정 과정 자체를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검정 통과 이후에도 교육부 집계로만 무려 1385건에 이르는 오류가 드러났고, 최종승인을 두 번이나 하는 촌극이 벌어진 탓이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가 막히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국편의 검정과 교육부의 수정·보완 과정은 대체 왜 있었는지 모르겠다. 교과서와 관련한 교육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애초 검정 통과 직후에도,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라는 비판이 학계와 교육계에서 대거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일단 문제를 조사해보겠다”며 수정·보완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런 주장은 희석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9월11일 “(검정을 맡은) 국편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거나,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른 문제는 그때 가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40여일 뒤인 10월21일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국편에 대한 조처’를 묻는 질문에 “우선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과서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것은 그 뒤에 논의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후 교육부는 ‘상시 수정 체제’라는 이름을 붙이며 부실 검정 책임 문제를 도외시했다.
교육부가 검정 책임 문제에 소홀한 배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번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심의회 위원(연구위원+검정위원)은 15명으로 2011년 중학교 역사(하) 교과서의 위원 수 26명에 비해 11명이나 줄었다. 또 이들 위원 중 과거 검정심의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인사는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한국사 전공 교수는 “(국편의) 검정위원 중에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인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의 제자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한국 고대사)는 “교육부는 ‘교학사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정 관리 책임이 있는 교육부의 존립 이유는 물론이고, 검정제도의 운영 취지까지도 원점으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부실한 검정 과정을 편수 조직 신설로 해결하겠다는 교육부의 조처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국사학)는 “검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이런 혼란이 벌어졌는데, 교육부는 엉뚱하게 공무원 인원을 늘리겠다며 부처 배 불리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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