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평화선’ 업적 평가하며
일본인이 지운 자료 그대로 인용
일본인이 지운 자료 그대로 인용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일본인이 독도 지명을 일부러 뺀 한국 지도가 실린 것으로 드러났다. 교학사 교과서가 이 지도의 출처로 밝힌 누리집은 이 지도를 “일본의 주장을 살펴본다”는 취지로 소개하고 있다.
3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학사 교과서는 독도본부라는 시민단체의 누리집에서 ‘이승만 평화선’ 지도를 인용해 게재했는데 그 원본은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립고 교사인 후지이 겐지가 <이승만라인 선포과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독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채 게재한 지도다.
저자인 후지이는 독도 명칭이 없는 ‘이승만 평화선’ 지도를 지철근 박사가 1992년에 쓴 <평화선 이후의 40년, 한국수산신보사>란 논문에서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 박사의 논문에는 ‘독도(獨島)’라는 명칭이 명시돼 있다. 후지이가 의도적으로 지도를 조작한 것이다.
지 박사는 논문에서 1952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이승만 평화선’을 선포하면서 독도를 국내 영역으로 포함시킨 점을 훌륭한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보겠다고 강조하는 교학사 교과서가 정반대로 그 업적을 퇴색시킨 일본인의 조작품을 교과서에 사용한 것이다.
특히 교학사 교과서가 지도의 출처라고 밝힌 독도본부는 이 지도를 쓰면서 후지이가 쓴 논문을 출처로 밝히고 있다. 더욱이 독도본부는 이 지도를 ‘일본의 독도 주장을 살핀다-제27회 이승만 라인과 다케시마(독도)’란 제목의 글에서 소개하고 있다. 독도본부 누리집만 제대로 살폈어도 이 지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교과서에서 이 부분을 쓴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원본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하고서도 일본의 주장 방식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검정을 통과한 다른 7종의 교과서 중에는 미래엔 교과서가 이 사진을 썼다. 다만 교학사 교과서와는 달리 일본인의 논문에서 나온 자료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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