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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본 역사학자 “교학사 교과서는 자학사관, 후소샤보다 못해”

등록 2013-09-12 19:58수정 2013-09-13 09:26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뉴라이트 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무효화를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뉴라이트 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무효화를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후지이 다케시 인터뷰
‘10월유신은 북 위협 때문’ 등
국가를 수동적 존재로 그려
잘못된 역사 감추기에만 급급

자유민주주의 영웅인 것처럼
이승만 미화한 것도 거짓말
저자들 반공주의 외엔 철학없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일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후소사 교과서만도 못한 교과서다.”

후지이 다케시(42)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한겨레>와 만나 최근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오류투성이라는 비난까지 사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국적의 후지이 실장은 2000년 한국에 와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 현대사 연구자’로, 연구소가 진행한 교학사 교과서 오류·왜곡 분석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언급한 일본의 후소사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등 일제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세력이 만든 교과서다.

후지이 실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지점은 이 교과서가 너무 ‘자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냉전 시절 대한민국이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라는 구도에서 ‘어느 나라에 붙을 것이냐’ 이외에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한 시각을 보여주는 게 교학사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소련과 북한이 역사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남한은 여기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식의 태도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한 이유도 북한의 남침 위협 때문이라고 서술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소사 교과서와 교학사 교과서가 자국의 잘못된 역사를 감추려 한다는 점에서 똑같이 문제가 있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한국을 냉전구도 속에서 공산주의에 대응하기만 한 수동적 존재로 그려낸 자학사관에 입각해 있다”고 비판했다.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후지이 실장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자학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후지이 실장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자학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자학사관은 그동안 일본과 한국의 우익세력이 기존의 자국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개념이었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도 기존 역사 교과서들이 자학사관에 젖어 있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후지이 실장은 이를 뒤집어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한 것이다.

후지이 실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두고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든 영웅’으로 서술하는 교학사 교과서의 시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과서에선 빠졌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일민주의’라고 하는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를 주장했다. 후지이 실장은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의 계급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산주의보다 일민주의를 통해서 더 평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족이기 때문에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계급 구분을 부정하는 일민주의는 전체주의적인 사상이었다”고 말했다. 저자들의 주자럼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자였다면, 어떻게 비록 유상이지만 농지 개혁으로 지주들의 농지를 ‘몰수’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후지이 실장은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은 경제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에서 만든 <근현대사 대안교과서>의 식민지 근대화론 부분을 가져다 썼을 뿐이다. 이들은 반공주의 외에는 철학이 없는 ‘올드라이트’로, ‘뉴라이트’로 부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이승만 영웅전·친일 미화’, 역사왜곡 교과서 심층해부 [한겨레케스트#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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